위기에 강해진 연기금… '대체투자(주식·채권 제외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일등공신

지난해 연기금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도 불구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당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 대처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국내 연기금 중 맏형 격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을 통해 7조6717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대기업 중 지난해 국민연금보다 돈을 더 벌어들인 곳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16조원)와 현대차(8조원)가 유일하다.

◇대체투자로 유럽 위기 극복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에도 연기금들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이유는 대체투자 부분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주요 연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을 조사해본 결과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지만, 하반기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주식투자 비중이 타 연기금에 비해 적어 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학연금은 같은 기간 1.4%의 성적을 냈으며,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결산이 아직 끝나지 않아 11월까지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1.3%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대체투자에서 두자릿수 성적을 기록해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분을 어느 정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체투자 부분에서 10.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런던 소재의 개트윅공항 투자분 중 44%를 지난해 조기 회수했으며, 미국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역시 매년 6%의 배당수익을 거두면서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도 대기업과 함께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PEF(사모투자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신흥국의 실물 자산도 적극적으로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대체투자 부분에서 각각 6.34%, 4.6%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교직원공제회도 4.6%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전에 투자했던 대체투자 부문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식 저가매수가 수익률 만회 기회

연기금들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부분에서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했지만, 오히려 위기 기간에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연기금은 손실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급등락 장세에서도 주식을 꾸준히 순매수한 덕분에 생각보다는 손실 폭이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주식부분 수익률이 양호했던 데다, 증시가 급락하던 시기에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손실이 -2.3%에 그쳤다.

반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주식부분에서 코스피지수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사학연금은 -11.9%, 공무원연금 역시 -12.4%의 수익률에 그쳤다. 국민연금처럼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금이 아니라는 특성상 증시 하락기간에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이지 못해 손실 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계속해서 기금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도 위험자산 확대할 것

국민연금은 올해도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좀 더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신흥국 주식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8%였던 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19.3%로 확대하고, 대체 투자에 대한 비중을 올해 9.2%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은 축소할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올해 주식투자 비중을 21%에서 22%로, 공무원연금은 21.8%에서 23.2%로 늘릴 예정이다. 교직원공제회도 현재 10.1%인 주식비중을 12.5%까지 늘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