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전에 稅制부터 바꾸자] "법인세 올린다고 세수 꼭 늘어나지는 않아"

민주통합당이 지난 26일 과표 500억원 초과 기업에 세율 25%를 적용하는 법인세율 인상안을 발표, 법인세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법인세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법인세를 올리면 과연 세수가 늘어날지, 그리고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지가 그것이다.

◇논란1: 대기업 대상 법인세 증세, 효과 있을까?

민주당은 과표 500억원을 넘는 기업에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면 한 해 2조8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세 기대치는 과표 500억원이 넘는 기업(전체 법인의 0.15%)의 순이익 규모에다 높아질 세율을 단순 계산해 구해낸 것이다. 다른 공제제도는 변화가 없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에서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세우는 법인세 증세 효과도 이와 비슷한 '공식'으로 세수 효과를 제시한다.

그러나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법인세를 올려도 실제 얻을 수 있는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법인세 수입은 세율보다 해당 시기 경제상황이 어떤지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법인세 감세에 나선 2009년 이후 법인세수 추이를 보면 감세와 세수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다(그래픽 참조). 2009년 세수가 전년 39조원에서 35조원으로 크게 줄긴 했지만, 이는 감세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경제가 0%대 성장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감세 조치가 이어졌지만 2010년 법인세수는 다시 37조원대로 늘어났다.

조세연구원 홍범교 조세연구본부장은 "세제 전문가들은 법인세율을 조정해 세수를 조정한다는 논의는 잘하지 않는다. 세수를 늘리려면 상관관계가 높은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에 손을 대는 것이 더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2: 법인세 증세, 기업투자 위축시킬까?

법인세율 논란의 다른 초점은 세율 인상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유망 기업이 한국을 떠나도록 하는 요인이 될지 여부다.

학계의 다수 의견은 법인세를 내려야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로 떠난다는 것이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소득세를 올리더라도 개인이 이민 가기는 쉽지 않지만, 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외로 떠나기가 쉬워 법인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김학수 교수는 법인세율에 대한 기업투자의 탄력성이 1.1이라는 연구결과를 낸 바 있다. 이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그 해 기업투자가 1.1%포인트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양대 이영 교수는 2005년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1970~1997년 전 세계 70개 국가자료를 실증분석한 결과 "명목 법인세율을 10% 인하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1~2% 상승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감세가 1~2년 단기간 기업 투자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투자를 늘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법인세와 기업투자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실증 분석도 있어 법인세 효과를 칼로 물 베듯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세청 대구지방청장을 지낸 서울시립대 강성태 교수는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와 법인세 인하 사이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감세의 효과로 기대되는 외국인 직접 투자나 기업의 투자증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0년 세무학연구 발표에서도 "법인세 감면을 받은 193개 외국 기업의 투자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3~4년간 법인세 감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았으니 반대로 증세를 해도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법인세를 올린다고 해서 국내 대기업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이 법인세율 조금 올린다고 본사를 옮길 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