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고층건물 사이를 가볍게 미끄러지듯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에 있는 경전철 시청역. 날렵한 청색과 녹색 선을 허리에 두른 작은 열차가 왼쪽에서 들어왔다. 첫인상은 놀이공원의 미니열차나 모노레일과 비슷했다. 플랫폼의 스크린 도어가 열리고 의정부시 직원 등 약 50여명이 올랐다. 곧바로 열차는 레이싱 게임처럼 의정부 도심의 고층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듯 달려나갔다. 지상보다 약 20m 높은 곳에서 보는 사패산은 더욱 가깝게 눈에 들어왔다. 의정부 경전철은 7월 1일 개통을 앞두고 요즘 시험운행이 한창이다. 그동안 아래쪽에서만 보던 경전철에 직접 탑승해 30여분간 체험해봤다.

◇지멘스 차량 도입

의정부 경전철은 2007년 8월 착공해 공정률은 99% 수준이다. 총사업비 5470억원을 들여 11.1㎞ 구간을 건설하고 정거장 15개와 차량기지를 만들었다. GS건설 컨소시엄인 의정부경전철㈜이 시행을 맡은 민자 사업이다. 선로나 전기·통신 등의 공사는 완료됐다. 역사도 건축은 끝났고 내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요즘은 '기술 시운전' 단계로 차량을 선로에 투입해 차량·신호·전력·통신 등 각종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필수절차인 '영업 시운전' 2개월을 거쳐야 한다.

이날 시승은 시험운전 차량 가운데 하나에 탑승해 진행됐다. 경전철에 도입된 차량은 지멘스(Siemens)의 'VAL 208'이다. 차량의 폭이 208㎝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2량(길이 26.1m)이 1개 편성을 이뤄 운행하게 된다. 모두 15개 편성이 도입됐다. 승객 정원은 236명으로, 좌석은 34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내부는 대형 케이블카와 비슷한 느낌을 줬다. 마주보고 배치된 의자에 앉아보니 맞은편 승객과의 사이가 약 50㎝ 정도로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였다. 실내의 높이는 일반 시내버스와 비슷했다.

◇무인운전 시스템

경전철이라는 이름처럼 차량에 탑승한 느낌도 일반 전철과 달랐다. 철로 대신에 고무바퀴가 콘크리트 바닥을 달리기 때문에 '가볍다'는 인상을 줬다. 덜컹대지도 않았고 놀이기구나 승합차에 탑승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이날 시승에서는 각 역마다 정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감도 컸다. 앞으로 정상 운행이 시작되면 최고 속도는 약 80㎞, 정차시간 등을 감안한 평균 속도(표정속도)는 34㎞로 운행될 예정이다.

또 역마다 정차시간은 15초, 환승역인 회룡역에서는 30초간 정차하게 된다. 역간 소요시간도 47~83초 정도로 금방이다. 양쪽 종점인 탑석~발곡 구간의 운행시간은 19분 40초로 잡고 있다. 새벽 5시부터 다음날 0시 30분까지 운행하며 러시아워에는 3분 30초, 낮 시간에는 평균 5분 간격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인천 지하철을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가 위탁운영을 맡는다. 아직까지 요금은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완전 무인운전으로 차량의 출발·정차, 문의 개폐 등이 모두 자동으로 제어된다. 고산동에 있는 차량기지의 종합관제실에서 운행을 통제한다. 의정부경전철 장성수 과장은 "모든 사항이 안전하다는 신호가 떨어져야 운행이 가능하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30여년간 문제없이 운행한 경험을 보유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구조물과 부대시설

의정부 경전철은 전체 구간이 고가로 건설돼 교량 위에 상판이 설치돼 있다. 공중에 별도로 전기를 공급받는 전차선도 없기 때문에 아래에서 보면 고가도로처럼 보인다. 선로도 철도와 같은 레일 대신에 凹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고무바퀴(지름 47.3㎝)가 달린다. 옆쪽에 철제 구조물이 있어 누워있는 모양의 다른 바퀴가 탈선을 막고, 전기도 공급받는다. 겨울철에는 눈을 녹일 수 있는 열선도 설치돼 있다.

경전철 역사도 통일된 모습을 갖췄다. 지상에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으로 오르내리는 고가역사이다. 2층이 역무실, 3층이 선로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크린 도어도 전면 설치됐고 열차의 도착·출발 등을 알리는 전광판, 방송시설도 두루 갖췄다. 서울지하철 1호선과 연결되는 회룡역은 경전철 개통에 맞춰 환승통로가 연결되며, 환승역사는 올해 연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적자 운행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승객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환승 할인에 따른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 10년 동안 민자 사업자에는 최소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에 따라 의정부시는 연계교통체계 개선, 도시개발사업과의 연계, 관광상품화 등 이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나수곤 경전철사업과장은 "이제는 각종 논란을 접고 운행을 잘하는 일만 남았고, 경전철이 의정부의 명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