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회 아카데미 시상식] 드러내기보다 우아함으로… 얌전해진 女神들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여배우들은 '파격'보단 '전통'과 '우아함'을 택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여배우들의 드레스는 1920~50년대 미국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 일색이었다"며 "파격적 노출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헤어스타일도 전형적으로 틀어올린 '업 스타일'이 대세였다"고 평했다.

톰 포드의 흰색 망토 드레스를 걸친 귀네스 팰트로(Paltrow), 살굿빛 구찌 드레스를 입은 캐머런 디아즈(Diaz), 연한 군청색 조르지오 아르마니 드레스를 입은 페넬로페 크루즈(Cruz), 검정 물방울무늬가 박힌 디올의 1950년대 붉은 빈티지 드레스를 입은 내털리 포트먼(Portman), 잠바티스타 발리의 자줏빛 드레스를 입은 엠마 스톤(Stone), 베르사체 검정 벨벳 드레스를 입은 안젤리나 졸리(Jolie)가 대표적이다. 모두 지나친 노출은 피하고 치맛자락은 길게 늘여 뜨려 여신 같은 매력을 강조했다.

일부 패션평론가는 그러나 이 같은 여배우들의 스타일을 두고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어서 지루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에릭 윌슨(Wilson)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한 여배우를 보기 어려운 레드카펫이었다"고 했다. 목에 커다란 리본을 단 엠마 스톤의 옷을 두고는 "목에 키스마크가 생겨서 억지로 가리려는 것 같다"고도 했다. 타임스 온라인판도 "내털리 포트먼, 안젤리나 졸리 등의 옷은 뻔한 선택이었다"고 썼다.

반면 영화 '헬프'에 출연한 제시카 차스테인(Chastein)은 검정 드레스에 수작업으로 보석과 금속을 일일이 달아 만든 알렉산더 매퀸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어 평단과 네티즌에게 고른 칭찬을 들었다.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레스를 소화했다"는 평이다. 미셸 윌리엄스(Willams)가 입은 붉은 계열의 루이비통 드레스도 "오묘한 아름다움, 독특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배우뿐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올해 여배우들은 대부분 매년 자주 거론되는 브랜드 구찌·베르사체·발렌티노·디올·엘리 사브·마르케스·모니크 륄리에·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을 입었다. 여우조연상을 탄 옥타비아 스펜서(Spencer)와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Lopez)만 예외였다. 스펜서는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일본 디자이너 토다시 쇼지(Todashi Shoji)의 드레스를, 제니퍼 로페즈는 최근 주목받는 레바논 출신 디자이너 주하이르 무라드(Zuhair Murad)의 옷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