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1년, '금단의 땅'을 가다] '일당 18만원' 3000명이 복구작업… "위험지역? 어딘지 몰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20㎞ 떨어진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広野町) 제이빌리지(J-village).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원전근로자들이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난해 3·11 대지진과 쓰나미 직후 원전에서 사고가 난 후 폭발위험 때문에 근로자들이 대거 철수해 한때 원전근로자가 50여명까지 줄었지만, 요즘엔 복구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하루 3000여명이 원전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 때문에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이곳에서 지난 1년 동안 연인원 84만명 정도가 일을 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오후 찾은 제이빌리지 주변에는 원전 근로자를 태운 대형버스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제이빌리지를 출발한 버스들은 경찰 10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검문소를 통과해 원전을 향해 질주했다. 제이빌리지는 원래 축구 연습시설로 쓰이던 곳으로 숙박시설과 운동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원전사고 직후 '사고수습 전초기지'로 변했다.

◇"하루 140만원 받는다는 건 헛소문"

근로자들은 제이빌리지에서 버스로 이동, 방호시설을 갖춘 원전 면진근무동에서 작업지시를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적은 역시 방사능이다. 원전 내부에는 사고 이전 측정치의 1000배 이상인 시간당 1500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되는 곳이 많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하루 작업시간을 2~3시간 정도로 제한하는 등 피폭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은 작업이 끝나면 피폭량을 측정하는 '보디카운터' 검사를 받고 제이빌리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한 근로자는 "전선을 연결하고 잔해를 치우는 일을 하지만, 어디가 방사선 수치가 높은지 알 수 없어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제이빌리지 인근에서 원전근로자 상대로 식당을 하는 시라토 기쿠오(54)씨는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여기로 온다"고 했다. 요즘엔 눈이 많이 내려 일거리가 줄어든 홋카이도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한때는 사고원전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현지 근로자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우리가 하루 10만엔(약 140만원)씩 받는다는 건 다 헛소문이다. 일당은 8000엔(약 11만원)~1만3000엔(약 18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겁 없는 젊은이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60세 이상이 주로 일하러 온다"고 했다.

◇일부 근로자들, 피폭량 기준치 넘겨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곳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히타치·도시바 등 대기업의 4·5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안전수칙을 제대로 몰라서 작업 중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기도 해서 피폭우려가 높다고 한다. 원전 전문 근로자들이 피폭량이 기준치(1년간 50밀리시버트)를 넘으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3개월 계약으로 일한다. 주로 하는 일은 원전 안팎의 잔해물 제거, 자재운반, 전선연결 등 단순작업이다.

야쿠자가 원전 인력공급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근로자로 위장취업했던 스즈키 도모히코(鈴木智彦)씨는 '야쿠자와 원전'이란 책에서 "야쿠자들이 인력운영업체들을 운영하면서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수수료로 대부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최근 "폭력단이 운영하는 알선업체가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일당의 80% 정도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원전 근로자 중 피폭에 의한 직접 사망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원전 근로자 3000여명이 이미 일본정부가 정한 일반인 연간 피폭량 상한 기준치(20밀리시버트)를 크게 넘어섰다. 추가 피폭을 당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50밀리시버트 이상 피폭자도 150여명이나 된다.

지금까지 원전 근로자 중 4명이 사망했고 그중 1명이 과로사 판정을 받았다. 작년 5월 14일 원전에서 일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오스미 노부카쓰(大角信勝·60)씨에 대해 일본정부가 최근에야 과로사 판정을 내렸다. 시즈오카(靜岡)현에 거주하던 배관공인 오스미씨는 도시바(東芝) 4차 하청업체의 임시근로자로 현장에 파견됐다. 태국 출신 부인은 "회사가 50만엔(약 700만원)을 줄 테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면서 "남편 목숨값이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