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 테마株, 뚜껑 열어보니 실적 부진

테마주는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가가 오르는 사이 테마주 실적이 오히려 크게 나빠진 종목이 많다.

2월 들어 상장사들의 2011 회계연도 실적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 테마주 열풍을 몰고 왔던 일부 종목은 오히려 적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예상된 결과라고 말한다.

◇주가 5배 상승할 때 수익성은 악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주로 엮이는 아가방컴퍼니는 테마 바람을 타고 작년 급등했다. 2010년 한 해 아가방컴퍼니의 주가는 4.2%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2011년 주가 상승률은 522.3%에 달한다.

그러나, 실적은 어땠을까? 아동 의류 제조업체 아가방컴퍼니는 지난해 상반기 원재료인 원사(原絲) 가격 급등과 수출 물량 감소로 수익성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4억원, 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사업연도보다 각각 36.3%, 39.2%씩 하락한 수준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테마주로 분류되며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는 바른손도 마찬가지. 지난 3분기(2011년4월1일~2011년12월31일)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바른손 관계자는 문구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열심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었을 때 회사 실적은 이미 악화되고 있었던 셈이다.

◇테마주 4개 중 1개꼴…4분기 적자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테마로 주가가 상승한 종목 76개 중 아직 4분기 실적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34개사를 제외한 42개 종목에서 지난 4분기 적자를 본 종목이 13개사에 달한다. 9개사는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테마도 다양해 각종 정치인 테마와 SNS(소셜네트워크)테마주에 올라탄 종목들이다.

전년도와 실적 비교가 가능한 3분기 누적 실적으로 보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한 종목은 76개 종목 중 46개에 이른다.

이 중 최근 정치권 SNS 선거운동 테마주로 주목받은 인포뱅크는 지난 4분기 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3분기에 이어 영업적자도 지속됐다. 현 주가는 7130원으로 작년 하반기 최저가(2011년8월9일)의 4배 수준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씨를 최대 주주로 둔 EG는 1년간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1~2% 정도 감소했고, 이에 대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때 기다리는 투자자 많다"

테마주 열풍 강도는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주식시장 테마는 숨 쉬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브로커는 "하루 평균 10통이 넘는 테마 투자 관련 상담 전화를 받던 때와 비교해 요즘 테마주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었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때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금융당국의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다"고 전했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테마로 엮인 종목의 실적을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이미 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수치가 아닌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한 연구원은 "성장과 실적 등 기업에 대한 기초 체력이 아닌 단순 테마로 주식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마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주가는 급락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문재인 테마주로 엮여 올 초 이후 급등하던 조광페인트는 최근 회사 측이 문 상임고문과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두 차례에 걸쳐 밝히고,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자 연일 급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