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찬바람에도… 땅값은 3.1% 올라

◇공시지가 당분간 계속 오를 듯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3.14%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표준지 평균 상승률(1.98%)과 지난해 전국 지가상승률(1.16%)보다도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에 따라 실거래 가격을 표준지 공시지가에 반영하는 비율(시가반영률)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지역별 형평성을 맞추다 보니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시가반영률은 광주광역시가 73.6%였지만, 강원도는 49.8%에 불과했다. 같은 표준지 내에서도 최대 24%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가반영률이 낮은 지역의 공시지가를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어서 당분간 공시지가는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 29일까지 토지주의 이의신청을 받아 재조사한 뒤 4월 20일에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개별 지자체는 이렇게 확정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개별 공시지가를 산정해 5월 31일 발표한다.

2010년 12월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경남 거제시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군의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다. 국토해양부가 29일 공시한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거제시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14.56%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평창군은 12.74% 올라 2위를 기록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143만 필지의 개별 공시지가 산정과 보상평가 등의 기준이 된다. 양도소득세·재산세 등 세금과 각종 부담금의 부과기준으로도 활용된다.

◇거제·평창·연기 많이 올라

국토해양부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평가해 공시한 전국의 표준지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3.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오른 거제시는 부산과 거제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 땅값 상승의 요인이 됐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시에는 관광지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옥포조선소 등이 있는 거제도의 체감 경기도 호전됐다. 평창군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과 도로 개설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땅값이 뛰었다.

충남 연기군은 올 하반기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행정기관이 이전하는 세종시가 가까워 개발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공시지가가 9.74% 올랐다. 도청 이전이 예정된 경북 예천군은 9.32%, 산천어 축제와 평화·생태특구 개발사업이 예정된 강원도 화천군도 9.14%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많이 상승한 지역은 대부분 행정기관 이전이나 관광산업 등이 활성화돼 토지 수요가 늘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표준지는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24-2 '네이처 리퍼블릭'(화장품 판매점)이 입점해 있는 땅이었다. 2005년 이후 8년째 1위다. 이 땅의 1㎡당 공시지가는 6500만원으로 지난해(6230만원)보다 4.3% 올랐다. 전국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의 임야(1㎡당 130원)와 비교하면 50만배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