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물어보면 '블랙&코리언'이라 답했다"

"한국 혈통이라는 것이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종합 격투기 UFC의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벤 헨더슨(29·미국)은 29일 서울 상암동 상암 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혈통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표현했다. 헨더슨은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등 뒤에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것을 보여주면서 환하게 웃기도 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한 헨더슨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한국에 벨트를 들고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헨더슨은 지난 26일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열린 UFC 144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31·미국)를 상대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헨더슨은 당시 경기에서도 양팔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헨더슨은 "어머니가 전형적 한국 여성이어서 자연스럽게 내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녹아들었다"고 했다. 전날 어머니 김성화(51)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하룻밤을 보낸 헨더슨은 "챔피언이 돼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도 어머니와 함께 대형 태극기를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헨더슨의 '한국 사랑'은 유명하다. 트위터에 밥과 김치를 먹는 사진을 올리면서 "김치 파워! 김치는 내 영혼의 힘"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몸에는 한글로 '힘' '명예' '전사' '벤 헨더슨'이라는 문신을 새겨넣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김치 파이터'라는 별명을 스스로 언급하면서 "다른 한국 사람들처럼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며 "어릴 때부터 먹어왔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음식을 먹이고 태권도를 가르친 어머니 김씨의 교육 덕에 헨더슨의 머릿속에는 미국과 한국이 똑같이 자리 잡고 있다. 헨더슨은 "학창 시절 가구 조사에 응답할 때 인종을 써넣는 곳에는 언제나 '기타'를 선택해 '블랙 앤 코리언(Black & Korean)'이라고 적었다"며 "친구들이 '흑인이냐'라고 물어보면 역시 '흑인인 동시에 한국인'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헨더슨에겐 어렸을 때 익힌 태권도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태권도는 정신 수양의 의미가 강하다"면서 "UFC 경기에 나설 때 태권도 기술을 섞어서 쓰면 다른 선수들이 당황한다"고 했다.

태권도 1단인 헨더슨은 기자 회견 후 서울 성북구의 한 태권도장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50명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권"이라는 우렁찬 구령과 함께 동작을 취하는 유치원생들을 보고는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고학년 학생이 수준 높은 돌려차기 시범을 보이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구 필동에 있는 '한국의 집(Korean House)'에서 한정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헨더슨은 태권도 수업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형과 저를 도장에 데려갔을 때가 생각이 났어요. 제가 한국의 태권도장에 직접 와볼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