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삼단 히트곡(잔소리·좋은 날·너랑 나)' 만든 명콤비, 비결은 수다

지금 가요계의 '대세'는 누가 뭐라 해도 '국민 여동생' 아이유(19)다. 지난해 11월 말 나온 2집 앨범의 모든 곡이 공개 직후 실시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고, 타이틀곡 '너랑 나'는 방송사 가요프로그램 등 모든 가요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이런 아이유의 성공에 숨은 공신(功臣)이 있다. 아이유의 메가 히트곡 '잔소리' '좋은 날' '너랑 나'를 모두 합작한 김이나(33) 작사가·이민수(36) 작곡가 콤비다. 2009년 전국을 '시건방춤' 열풍에 빠뜨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를 비롯,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둘이 뭉쳐 만든 20여곡 중 8곡이 가요 차트 정상에 오를 정도로 이들의 '타율(打率)'은 독보적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단기간에 연달아 히트곡을 만들어낸 원동력'을 물으니 "수다"란다. "작업이 시작되면 작사·작곡팀이랑 뮤직비디오팀이 시간 날 때마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해요. 이를테면 반상회인 셈인데, 살아가는 얘기들을 자유롭게 하며 노래의 뼈대가 될 아이디어를 만들죠."(이민수) "먼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거 없어요. 하하."(김이나)

김이나는 음반사에서 기획 일을 하며 틈틈이 노랫말을 써오다 2003년 성시경 3집 '10월에 눈이 내리면'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전업 작사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그룹사운드 시절 작곡을 시작한 이민수는 선배의 소개로 가요 작곡가가 됐고, 2002년 컨츄리꼬꼬 5집 수록곡 '명랑운동회'가 데뷔곡이다.

이들의 첫 합작품은 2008년 브아걸의 '러브'였다. 이 곡도 음원차트 실시간 1위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으나 '대박'은 다음해 만들어 역시 브아걸에게 준 '아브라카다브라'(롤러코스터의 지누도 공동작곡으로 참여)였다. 이 곡은 음원·방송가요차트를 석권했을 뿐 아니라 브아걸에게 한국대중음악상·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서울가요대상 등을 안겨줬다.

두 사람이 아이유와 인연을 맺은 건 2010년 여름 아이유가 2AM의 임슬옹과 함께 부른 '잔소리'를 만든 게 처음. 이어 아이유에게 만들어 준 '좋은 날'은 그해 겨울 가요·음원차트 1위, 2011년 노래방 애창곡 1위(금영 집계)를 차지하면서 최고 히트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김이나와 이민수는 아이유에 대해 '자기 색깔이 확실하고 속이 꽉 여문 아이'라고 했다. "녹음하면서 얼마나 투닥투닥했는지 몰라요. 나는 (이)지은(아이유의 본명)이한테 '노래 못한다고'고 하고, 지은이는 '오빤 곡이 구려. 그나마 (김)이나 언니 때문에 부르는 거야'라고 맞받아쳐요. 하하. 하지만 녹음할 때는 자신이 어느 파트에서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확실히 파악해요."(이민수)

이들은 최근 각박한 경쟁 세태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사회성 짙은 노래를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또 어딜 바삐 바삐 가 세월이 바삐 가/쉬었다 같이 갑시다 둥글게 갑시다'라는 노랫말을 담은 혼성그룹 써니힐의 '베짱이 찬가'다. 써니힐 멤버들과 MT를 가서 '둥글게 둥글게' 놀이를 하다 이민수 작곡가가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행복을 모르며 일과 공부만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김이나) "사회적 이슈나 동시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아티스트로서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이민수)

평론가들은 김이나·이민수 콤비의 강점을 "복고적인 음악 작법"으로 꼽는다. 송기철 평론가는 "김이나의 작사는 특정한 단어나 알 수 없는 말들이 반복되는 요즘 노래들에 비해 내용이 일기나 편지처럼 구체적이고, 이민수의 멜로디는 진행단계가 뚜렷한 80~90년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며 "나이를 뛰어넘는 호소력을 지닌 아이유의 목소리와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