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들 "애플·삼성도 통신망 사용료 내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과 만나 올 연말쯤 음성 통화와 데이터 통신을 동시에 처리하는 새로운 LTE 기술(VoLTE·Voice over LTE)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도 관련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구글·삼성전자도 통신망 사용료 내라"

'이동통신망(網)의 데이터 전송량이 폭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목하는 이슈였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세계 주요 통신사가 모이는 회의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돈 버는 기업들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이익을 보는 업체가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행위의 룰"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통신사가 자사 가입자들에게만 돈을 받는데, 앞으로는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스마트TV 제조사, 카카오톡과 같은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사, 애플 같은 앱스토어 운영사도 통신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애플·구글 등은 "통신망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통신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도 최대 이통사 바르티그룹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은 MWC 기조연설에서 "지속적인 통신망 투자가 이뤄지려면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통신망을 이용하는 기업이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이통사들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나선다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회의를 열어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Rich Communication Suite)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서비스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동시에 동영상·사진을 상대방에게 보내거나 주소록에서 인물을 선택해 곧바로 1대1 채팅을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톡·왓츠앱 같은 인터넷업체의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서비스 이름은 '조이앤(joyn)'으로 정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올 7월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국내에서도 KT·SK텔레콤이 조이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CS (Rich Communication Suite)

음성으로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본 기능을 능가하는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통화를 하면서 동영상·사진을 공유하는 '리치 콜', 상대방의 실시간 상태 정보를 휴대폰에 보여주는 '리치 어드레스 북', 주소록에서 인물이나 그룹을 골라 곧바로 채팅과 파일 전송을 할 수 있는 '리치 메시징' 등을 포괄한다. 풍부하다는 뜻의 리치는 여러 서비스를 통합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코어(core)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 내부의 핵심 연산장치. 코어 개수가 많아질수록 동시에 여러 작업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1일 폐막한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의 핵심 이슈는 4세대 이동통신(4G LTE), 통신망 중립성,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였다. MWC는 전 세계 이동통신 업체 모임인 GSMA가 매년 주최하며, 통신업계의 화두(話頭)를 공유하는 자리다.

전시회에서 만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표현명 KT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국내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각국 통신사 대표들과 데이터 폭증 현상, LTE 서비스 등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음성통화·데이터통신 결합한 LTE 시대 열린다

현재 보급 중인 LTE 서비스는 엄밀히 말해 '반쪽짜리' 서비스다. 무선 인터넷 접속은 LTE망, 음성 통화는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한다. LTE 통신망에서 두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통신망을 번갈아 사용하다보니 음성 통화가 잘 안 되거나 중간에 끊기는 등 문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