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무섭다 했더니… 식탁 물가 1년 새 8.7% 올라

서울에 사는 주부 김지연(35)씨는 요즘 시장에 가면 갈치를 애써 외면한다. "값이 너무 올랐거든요. 식탁을 차리는 주부 입장에선 갈치 대신 고등어 2마리를 사게 되더라고요."

2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 이효정(30)씨도 "몇 가지 안 샀는데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4살 된 딸이 귤을 좋아하는데 올겨울엔 너무 비싸서 거의 못 사먹었다"고 말했다.

양파도 34%나 내려 '헐값'이 됐다. 양파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수확한 것을 이듬해 3월까지 먹는 대표적인 저장 채소. 지난해 농가의 재배면적이 늘면서 시장에 '과잉 공급'되면서 가격이 내렸다.

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난류성 어종인 멸치는 24.3% 내렸다. 온난화 영향으로 연근해 수온이 오르면서 멸치 어획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 모슬포수협의 멸치 위판가격은 1㎏에 200원 정도로 지난해 평균 위판가격(400~45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쇠고기(-23.6%)와 닭고기(-9.5%)도 1년 전보다 가격이 많이 하락한 품목으로 나타났다. 쇠고기는 최근 소 값 폭락으로 대형마트들이 한우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린 영향이 컸다. 닭고기는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렸다. 이마트 윤경수 바이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되면서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 당분간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식료품 가격인 '식탁 물가'가 1년 전보다 8.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개 대형마트에서 양곡류(쌀·보리), 육류(소·돼지·닭·계란), 수산물(갈치·고등어·조기·바지락 등), 채소류(배추·무·오이·양파·깻잎 등) 등 30개 품목의 현재 판매가(소매가)와 1년 전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실제로 장을 보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정부가 발표한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4.0%)의 2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30개 품목 중 작년보다 가격이 오른 것이 20개, 내린 것은 10개였다. 양곡류와 멸치를 제외한 수산물 대부분이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고, 육류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말 기준으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쌀(20㎏), 닭(1㎏)과 갈치(300g) 각 1마리, 배추·무·오이 각 1개, 고구마(100g)와 감귤(4㎏) 등 8개 품목을 살 경우 약 8만7000원 정도가 든다. 작년 2월엔 6만8000원 정도면 똑같은 품목을 살 수 있었다. 1년 전보다 2만원 정도가 오른 것이다.

특히 오이의 가격인상 폭이 104%로 최고였다. 지난달 29일 현재 취청오이(겨울에 주로 재배되는 청록색 오이) 1개의 대형마트 평균 판매 가격은 1783원. 작년 2월에는 873원으로 1000원도 되지 않았다. 오이는 올겨울 작황이 부진한 데다가 2월 초 한파로 유류비 등 생산 원가가 오르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겨울 대표 과일인 감귤도 작년보다 80% 가까이 올라 식탁 물가 인상의 주요인이 됐다. 도매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2월 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감귤 10㎏(상품) 도매가격은 5만3000원. 지난해 1만5000원 선보다 3배 이상 올랐다. 가락시장 경매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감귤 생산량이 10% 정도 늘었는데도 수요량을 크게 밑돌아 가격이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주식(主食)인 쌀도 21%나 올라 소비자 부담을 더했다.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이 422만4000t으로 냉해가 있었던 1980년(355만t)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과나 배는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추석과 설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했고, 갈치는 '금(金) 갈치'를 넘어 '다이아 갈치'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1년 전보다 가격 내린 품목] 배추 44%·멸치 24%·쇠고기 23% 하락

작년보다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품목은 배추였다. 3개 대형마트 평균가격이 44%나 내렸다. 배추는 최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 초 '배추 파동'으로 가격이 워낙 비쌌던 탓에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무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1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