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 13년 묻어뒀더니 430% 수익률 보답
입력 : 2012.03.02 03:03
비운의 바이코리아 펀드, 13명은 13년째 계속 보유
반토막 났던 대형 펀드들… 장기 수익률 다소 개선돼
"주식 투자 장기로 한다면 위험 분산 적립식이 좋아"
지금으로부터 딱 13년 전인 1999년 3월 2일, '한국을 사자'는 구호를 걸고 출시된 '바이코리아(Buy Korea)펀드'는 전국에 펀드 열풍을 일으키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4개월 만에 1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그해 말 77% 수익을 냈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은 외환 위기를 추스르면서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2000년 IT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반 토막 났고, 이 펀드 역시 반쪽이 됐다.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3조원으로 줄었다. 이후 바이코리아펀드는 '승자의 저주'나 '쪽박 펀드'의 대명사로 자주 거론돼왔다.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 바이코리아펀드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이 펀드의 13년 통산 수익률은 430%. 복리 기준으로 매년 한 번도 빼지 않고 연 수익률 11.9%를 낸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0% 오른 것에 비해서도 뛰어난 성과다. 단기간 쏠림 투자의 후유증을 겪긴 했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 결과는 달콤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 셈이다.
◇바이코리아 초기 가입자 13명, 13년간 투자 중
바이코리아펀드는 우여곡절 끝에 현재 한화자산운용의 '코리아레전드펀드'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처음 펀드를 출시한 현대투자신탁운용이 2004년 푸르덴셜자산운용에 인수되면서 '나폴레옹정통액티브펀드'로 바뀌었다가, 지난해엔 푸르덴셜운용이 한화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제3의 개명을 했다.
현재 이 펀드에 가입된 금액은 1326억원. 13년째 이 펀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화자산운용에 확인해 본 결과, 과거 현대투자증권을 통해 바이코리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 13명이 아직까지 30억원을 해지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유 목적은 확인되지 않지만, 노후 자금으로 보유하거나, 원금 회복을 기다렸다가 수익률이 괜찮아지는 것을 보고 계속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잊어버리고 있다가 계속 보유하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동안 펀드매니저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최근 이 펀드는 출범 당시 펀드매니저 휘하로 다시 들어왔다. 1999년 3월 바이코리아펀드 운용을 맡았던 강신우 펀드매니저가 현재 한화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우 대표는 이 펀드를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심정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강 대표는 "코리아레전드펀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며 "단기간의 반짝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내가 물러나더라도 일관된 운용 철학과 전략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 이름처럼 전설로 남을 수 있는 펀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 바이코리아펀드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이 펀드의 13년 통산 수익률은 430%. 복리 기준으로 매년 한 번도 빼지 않고 연 수익률 11.9%를 낸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0% 오른 것에 비해서도 뛰어난 성과다. 단기간 쏠림 투자의 후유증을 겪긴 했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 결과는 달콤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 셈이다.
◇바이코리아 초기 가입자 13명, 13년간 투자 중
바이코리아펀드는 우여곡절 끝에 현재 한화자산운용의 '코리아레전드펀드'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처음 펀드를 출시한 현대투자신탁운용이 2004년 푸르덴셜자산운용에 인수되면서 '나폴레옹정통액티브펀드'로 바뀌었다가, 지난해엔 푸르덴셜운용이 한화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제3의 개명을 했다.
현재 이 펀드에 가입된 금액은 1326억원. 13년째 이 펀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화자산운용에 확인해 본 결과, 과거 현대투자증권을 통해 바이코리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 13명이 아직까지 30억원을 해지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유 목적은 확인되지 않지만, 노후 자금으로 보유하거나, 원금 회복을 기다렸다가 수익률이 괜찮아지는 것을 보고 계속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잊어버리고 있다가 계속 보유하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동안 펀드매니저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최근 이 펀드는 출범 당시 펀드매니저 휘하로 다시 들어왔다. 1999년 3월 바이코리아펀드 운용을 맡았던 강신우 펀드매니저가 현재 한화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우 대표는 이 펀드를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심정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강 대표는 "코리아레전드펀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며 "단기간의 반짝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내가 물러나더라도 일관된 운용 철학과 전략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 이름처럼 전설로 남을 수 있는 펀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봉주르차이나, 브릭스… 쪽박 펀드 장기 수익률은?
그렇다면 다른 '쪽박 펀드'도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빛을 볼 수 있을까. 한때 큰 인기몰이로 자금을 쓸어담았다가 각종 위기로 절반 이상 손실이 났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신한BNP 봉주르차이나, 슈로더 브릭스(BRICs) 같은 펀드는 애초에 투자를 유행처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급격하게 덩치가 커진 펀드들은 자체의 움직임이 시장을 좌우하는 '연못 속 고래' 신세가 되면서 제 발목을 잡았고, 위기 때는 자금이 급속도록 이탈하면서 다른 펀드보다 더 많은 손실을 내곤 했다.
이 펀드들의 장기 수익률은 어느 정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수익률이 ―70%까지 내려가는 치욕을 맛봤던 인사이트 펀드는 현재 ―20%대까지 손실을 줄인 상태다.
2006년 중국 투자 붐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던 봉주르차이나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수익률이 44%,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펀드는 2006년 이후 수익률 55%를 기록하고 있다. 슈로더 브릭스펀드 역시 2006년 설정 이후 55% 수익을 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큰 손실이 났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나 디스커버리펀드는 2001년 설정 이후 11년간 수익률이 700%가 넘는다.
그러나 항상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006년 투자 붐이 일었던 프랭클린템플턴 일본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62%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의 주가가 지금도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팀장은 “신흥국 채권이나 금 투자는 10년 정도 장기 투자를 권할 만하지만, 주식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입과 환매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투자를 한다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쪽박 펀드'도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빛을 볼 수 있을까. 한때 큰 인기몰이로 자금을 쓸어담았다가 각종 위기로 절반 이상 손실이 났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신한BNP 봉주르차이나, 슈로더 브릭스(BRICs) 같은 펀드는 애초에 투자를 유행처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급격하게 덩치가 커진 펀드들은 자체의 움직임이 시장을 좌우하는 '연못 속 고래' 신세가 되면서 제 발목을 잡았고, 위기 때는 자금이 급속도록 이탈하면서 다른 펀드보다 더 많은 손실을 내곤 했다.
이 펀드들의 장기 수익률은 어느 정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수익률이 ―70%까지 내려가는 치욕을 맛봤던 인사이트 펀드는 현재 ―20%대까지 손실을 줄인 상태다.
2006년 중국 투자 붐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던 봉주르차이나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수익률이 44%,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펀드는 2006년 이후 수익률 55%를 기록하고 있다. 슈로더 브릭스펀드 역시 2006년 설정 이후 55% 수익을 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큰 손실이 났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나 디스커버리펀드는 2001년 설정 이후 11년간 수익률이 700%가 넘는다.
그러나 항상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006년 투자 붐이 일었던 프랭클린템플턴 일본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62%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의 주가가 지금도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팀장은 “신흥국 채권이나 금 투자는 10년 정도 장기 투자를 권할 만하지만, 주식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입과 환매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투자를 한다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