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1999년부터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법학과에 입학했다가 건강 때문에 중퇴한 그는 결혼 후에도 간호사인 아내에게 살림을 맡기고 집과 병원만 오갔다.
조씨는 "투석을 받기 시작하면서 10년쯤 살 수 있다고 했는데, 내가 죽기 전 아이들에게 삶의 목표와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었다. 평소 늦잠자는 아이들 버릇을 고치려고 가족 모두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함께 커피를 마셨다. 막상 학교를 그만두게 되니, 책이라면 죽어라 싫어했던 두 자매도 "내 앞날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며 스스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아픈 몸으로 자기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에 공부할 동기도 생겼다.
어머니 강씨도 빡빡한 3교대 업무에도 불구하고 저녁이면 아이들과 함께 동영상 강의를 듣고, 공부했다. 강씨는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 편입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진도를 맞추려고 재입학을 택했다"고 했다.
아빠는 두 자매에게 '노홍철 강사님'으로 통한다. 공부에 흥미를 붙여주기 위해 조씨는 직접 몸 개그를 하고 아이돌 그룹의 춤을 춰가며 공부를 가르쳤다. 아이돌 춤은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투석을 받는 중에 케이블 TV를 보면서 독학(?)했다.
우영양은 "처음엔 '다른 아이들처럼 가방 메고 학교나 다닐 걸'하고 겁도 났다"면서 "특히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컸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아빠만 믿으라"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 뒤에서 등수를 세는 게 더 빨랐던 아이들에게 "우와~ 우리 딸은 그런 것도 아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이 화목해지고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빠르게 변했다. 지난해 4월 중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같은 해 8월 고졸 검정고시까지 패스했다. 자퇴 10개월 만이었다.
가족들은 대학 생활계획표를 거실에 붙여놓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있다. 언니 원희양은 법원 행정직 공무원, 동생 우영양은 경찰 공무원이 꿈이다. 아이들은 "캠퍼스의 낭만보다 공부를 위해 진학했다"며 "꿈이 이뤄져도 우리 가족은 계속 공부할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