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노인, 100억원대 땅 기증

충북 제천시 영서동에 사는 박화규(88)씨는 최근 제천시 노인회관에서 열린 노인회 정기총회에서 최명현 제천시장에게 100억원 상당의 과수원 땅 등을 시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제천시가 받은 개인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박씨는 30여년간 충북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하다 1985년 퇴직했다. 박씨가 기부하기로 한 토지는 봉양읍 미당리의 과수원과 밭 9만9000㎡로, 제천시 측은 시가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기부는 증여세 등 법적 문제로 오는 10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제천시 수산면 적곡리에서 태어난 박씨는 젊은 시절 푼푼이 모은 돈으로 땅을 구입해 과수 등을 연구하는 농업연수장으로 활용해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4H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의 농장을 국내외 농업인들 연수장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구입 당시 값어치가 별로 없었던 땅은 각종 개발사업 등에 힘입어 현재 3.3㎡(평)당 30만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젊어서부터 지역 농업발전과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다"며 "내가 기부한 땅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위한 농업연수원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병원 건립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동산 기부를 자녀들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서구에서는 자녀들과 상의 없이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것이 상례인데 유독 한국만 그런 얘기들이 나온다"며 "내가 혼자 결심한 일이고 자식들도 흔쾌히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천시 서부동 경로당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2008년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에 장학금을 내놓았고, 지역 중·고생과 경찰 자녀 등에게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