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사랑에 빠져보고 싶다면…

'휴고 3D'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족영화라기보단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그가 애정을 바치는 대상은 바로 영화. 스콜세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를 만들지 않고서는,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직설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 역사(驛舍) 안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는 사고로 아버지(주드 로)를 잃었다. 그는 아버지가 남겨준 고장 난 자동 로봇을 고치려 한다. 휴고는 어느 날 로봇을 고치는 데 필요한 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벤 킹슬리)에게 로봇 설계도가 담긴 아버지의 수첩을 뺏기고 조르주의 손녀 이자벨(클로이 모레츠)의 도움을 받아 수첩을 되찾으려 한다.

원작인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 '위고 카브레'의 선이 살아있는, 굵고 건조한 그림체가 3D와 CG(컴퓨터 그래픽)로 되살아났다. 기차역과 시계탑 속 거대한 태엽 등 현실세계를 그대로 표현했는데도 스콜세지 감독만의 '환상 속 세계'가 탄생했다. 이런 볼거리가 아니었다면 휴고의 기차역 생활과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영화 초반은 지루했을 것이다.

휴고가 이자벨을 데리고 극장에 가면서부터 영화의 윤곽이 드러난다. 난생처음 영화를 보고서 눈이 휘둥그레진 이자벨의 표정에서 '휴고 3D'가 '영화에 관한 영화'임을 알아챌 수 있다. 스콜세지 감독은 이 영화에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품 등을 아낌없이 인용하며 영화가 탄생한 19세기 후반부터 인류는 영화를 통해 꿈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누구나 느꼈던 흥분과 충격, 그리고 영화가 가진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마술사 출신의 멜리에스는 영화를 만드는 데 마술기법을 이용했다. 영화 역시 시각적 마술이란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스콜세지 감독이 최첨단 과학이 스며 있는 3D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영화의 개척자인 멜리에스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은 아이러니로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방식이다. 지금 멜리에스가 살아있다면 그도 분명 3D로 '달나라 여행'을 찍었을 테니까 말이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열린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미술상·음향상 등 5개 부문 수상. 2월 29일 개봉. 전체 관람가.

☞ 이것이 포인트

#대사 “누구든 자신의 쓰임을 잃고 산다면 삶은 망가진 기계와도 같아.”(휴고가 세상을 커다란 기계에 비유하면서 하는 말)

#장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이 나오는 장면. 최초의 SF영화를 스크린에서 3D로 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해외평 “최고의 3D영화가 나왔다.”(제임스 카메론 감독)

#이런 분 보세요 영화에 매혹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분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