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불황에도 지갑 열게 만드는 명품의 힘… 16년 새 3배 성장

이미지 창출을 위해 그들은 항상 상류층과 가까이하고, 없는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광고가 아닌 척하며' 최고의 수퍼 스타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에게 소비되는 걸 지양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사람의 욕망을 자극한다. 전 세계 기내 면세점에서 최근 철수를 선언한 샤넬이 그렇다.

명품 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위조품'이지만, "위조품이 없는 브랜드는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말도 불문율로 통한다. '위조품=인지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랑방' 브랜드의 창시자 잔 랑방이 남긴, "위조품은 악이 선에게 표하는 경의(敬意)"라는 명언이 그들에겐 금과옥조다.

글로벌 불황 속에도 명품(luxury) 업계는 건재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을 때 잠깐 흔들리는 듯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회복돼 두자릿수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1995년 770억유로(약 115조원) 규모였던 세계 명품시장은 지난해 1910억유로(약 287조원)로 커졌다. 16년 만에 세 배 정도 팽창이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2014년 세계 명품시장은 221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불황에 우는 고객들까지 주머니를 여는 걸까. 영국 글래스고대학 크리스토퍼 베리 교수는 저서 '럭셔리 사상(The idea of Luxury)'에서 "명품은 사회적 계층화의 척도다. 왕정과 귀족계급이 사라진 현대 세계에서 타인과 자신을 구별할 재화로 대두한 것이 명품이다"고 말한다. 실제 에르메스·루이비통·까르띠에 등 최고 명품 기업의 창업자들은 왕가에 물건을 공급하던 '납품업자'였고, 그들이 만든 상품은 그 자체로 지위의 상징이 됐다.

일반 소비 제품과 달리 럭셔리 업계는 팔고 싶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는 게 특징이다. 영업이익률도 높아 루이비통 등을 소유한 LVMH그룹의 영업이익률은 20%가 넘는다. 이는 국내 거래소 상장기업 평균(7% 정도)의 세 배 수준이다. LVMH의 브랜드 가치는 232억달러('인터브랜드' 추정치)로 총매출의 8배에 이른다.

명품 기업들의 공통된 성공 코드는 '기존 마케팅 전략과 정반대로 하는 것'이다. 명품은 합리적 수준을 초월하며, 상품이 아닌 '꿈'을 판다는 이유에서다. "도요타의 렉서스는 훌륭한 자동차지만, 페라리·포르셰 같은 꿈의 자동차는 아니다"는 식이다. 럭셔리 자동차 고객들이 바라는 것은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가 아니라, 차고에 세워둘지언정 그들이 꿈꾸는 그 무엇이다.

파리경영대학원(HEC)의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럭셔리 마케팅'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①아이콘화해야 한다(로고의 중요성). ②고객 요구에 영합하지 않는다. ③상응하는 수요에 응하지 말고, 고객이 구입하게 힘들게 한다(희소성). ④추정 가격은 실제 가격보다 높아 보여야 한다(지위의 표식). ⑤수요 증가를 위해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올린다(공급자 중심 가격책정). ⑥열광팬이 아니면 제외한다. ⑦공장을 옮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