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푸틴 당선까지… 천연가스 관련株 수혜

국제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천연가스 관련 종목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값비싼 원유 대신 천연가스를 제품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5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외교에 적극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승리하면서 가스관 관련 업체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투자자들 사이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가스관 사업이 활발하게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텄기 때문이다.

◇중동 불안에 유가 상승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정치적 갈등 때문에 공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 들어 배럴(158.9ℓ)당 가격이 15.4% 올랐다. 지난 2일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122.25달러에 거래를 마쳐 일주일째 12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반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16.5% 내렸다. 천연가스는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셰일가스(암석층에 매장된 메탄가스) 개발에 나선 2008년 이후 폴란드·중국 등이 가세하면서 공급량이 증가했고, 계속해서 가격이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정세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유가는 당분간 오름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곽태원 우리선물 연구원은 "이란 핵 문제가 무력개입 없이 풀릴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는 원유 가격은 더 비싸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5일 세계 최대 원유 수출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가 4월 인도분부터 수출 원유에 대한 아시아 지역 할증료를 배럴당 1.25달러 인상해 2.80달러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원유 대체할 천연가스 관련주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가 원유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NG 운반선과 해상용 LNG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대형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대표적인 수혜업체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면, LNG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건설도 해외 수주를 통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LNG 수요가 늘었고, 최근에는 해상 운송과 해상 생산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천연가스는 원유를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려워, 유가가 급등해도 천연가스 수요가 많이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푸틴 승리에 가스관 관련주 강세

5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0.9% 하락한 가운데 가스관 생산 업체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날 강관 제조업체인 하이스틸은 이틀째 강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11.1% 올랐다. 동양철관은 전날보다 3.3% 올라 엿새 연속 상승했다. 산업용 파이프 제조사인 스틸플라워도 전날보다 3.9% 상승 마감했다. 가스관 밸브를 생산하는 영풍정밀과 강관제조사인 현대하이스코는 각각 전날보다 3.2%, 2.2% 올랐다.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5일(현지시각) 러시아 대선 잠정개표 결과, 푸틴 총리는 60% 넘는 득표율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푸틴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활용한 자원외교에 탄력이 붙으면서, 가스관을 생산하는 업체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에 더해 최근 이뤄지는 미북 고위급 접촉이 남북 6자회담 대표 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중단됐던 대북 가스관 사업이 진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고개를 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