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여전히 여학생 짝 귀해

대구의 대학생 김모(22)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여자친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했다. 대구의 20~24세는 남자가 여자보다 20%(2만명)가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김군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여자와 짝을 해서 앉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남학생이 한 반에 6~7명씩 더 많아 여학생들은 언제나 '금값'이었다. 이씨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도 대구 전체 입학생(3만5000명) 중 남자가 4100명이나 더 많았다. 김씨는 "선생님은 여학생들이 부족해 남자끼리 앉는 아이들을 위해 한 달마다 자리를 옮기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할머니 성화에 아들을 낳으려고 4번이나 임신 중절 수술을 받고 나를 낳았다고 한다"며 "아마 '아들 골라 낳기'때문에 대구에는 남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의 남아 선호 광풍은 1984년부터 불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30%나 더 많이 태어났다. 당시 서울은 남자가 10% 더 많이 태어났던 것에 비하면 대구는 유별날 정도였다.

2003년부터 '아들 골라 낳기' 열풍이 잦아들어 지금은 정상 성비(性比·여아 100명당 남아 숫자)를 회복됐지만, 아직 영남지역은 다른 곳보다 남자가 많이 태어난다. 2010년 통계청에 따르면 울릉군의 출생아 성비는 무려 138.1명이고, 군위군은 124.5명이었다. 남자가 그만큼 많이 태어난다. 전국 시도를 비교해도 대구(108.6명)와 울산(108.4명)이 아직도 단연 1·2위이다. 셋째 애도 대구와 울산이 다른 지역을 압도할 정도로 남자가 많은 기형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지방이 아직도 남아 선호가 뚜렷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전문가들은 조선시대부터 뿌리를 찾는다. 호적 등을 보면 생부(生父), 계부(繼父)가 따로 기재되어 있고 사자(嗣子·대를 이을 아들) 등의 용어가 눈에 띈다.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들여 대(代)를 이을 정도로 아들을 원했던 것이다.

경북지역도 지금은 정상 성비를 회복했지만 성비 불균형이 극심했던 1986~1990년생(22~24세)은 지금도 성비가 130.3명이나 된다. 여자 100명에 남자가 130명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