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출산이 전체 출생아의 63%… 고령출산으로 둘째는 꺼려

남아 선호 의식이 약해지고 30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녀를 한 명만 낳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5일 통계청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아이 낳기가 거의 마무리된 서울의 35~39세 기혼 여성 중 자녀가 한 명인 경우가 세 명 중의 한 명꼴(32.4%)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18.6%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무자녀'도 5.4%로 10년 전보다 늘어났다.

조영태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남아 선호 의식이 약화되고 30대에 아기를 낳는 노산(老産)이 늘어나면서 아들·딸 구별하지 않고 자녀를 한 명만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30대 여성이 아이를 낳는 비율이 전체 출생아의 63%로 20대 여성(34%) 출생의 배 가까이 된다(통계청). 30대는 임신하기도 어렵고 태아에도 악영향을 미쳐 고령 출산을 꺼린다.

컨설팅회사 이사로 있는 김모(38)씨는 35살에 결혼해 올해 딸을 낳았다. 워낙 아기를 좋아해 2~3명을 낳으려고 했지만 한 명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김씨는 첫째 아이도 어렵게 병원에 다니며 가졌는데, 이젠 나이가 많아 임신능력도 떨어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소 IT업체에 근무하는 박모(36)씨는 직장생활 때문에 둘째 낳기를 포기했다. 박씨는 "아이 둘을 키우려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기 힘들 것"이라며 "남편과 시댁에선 아이 하나 더 낳기를 원하지만 너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딸 하나만 낳은 가정도 전체 1자녀 가정의 43%나 된다(통계청).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불법이긴 하지만 초음파진단기로 아들·딸 여부를 진단, 한 해 3만~8만건의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아들 선호 의식이 약해지면서 딸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한 자녀만 낳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출산정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작년도 출산 결과를 보면 출생아 수는 늘어났는데, 둘째 아이를 낳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980년대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30대 기혼 여성들의 출산율은 1.8명으로 결혼하면 일단 평균 두 명가량의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둘째 아이 탄생이 줄어든 것은 하나만 낳고 더 이상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정부도 이에 따라 이것이 일시적 현상인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