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58세 아줌마들… "난타로 하나됐죠"

"둥둥둥둥 쿵쿵 딱!따딱! 둥두둥 쿵쿵 딱!딱!", "원~에나 투~에나 쓰리에나 포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다목적실은 북소리와 잡다한 타악기·구령 소리가 뒤섞여 들썩였다. 이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이 동네 40~70대 주부 20명. 오는 9일 이곳에서 열리는 난타 연주회 '우리 공연해요'를 앞두고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름은 '마구잡이 난타단'이다.

흰색 셔츠에 붉은색 조끼를 차려입은 아줌마 20명은 양손에 스틱을 들고 길이 1m짜리 길쭉한 난타 북을 신나게 두들겼다. 다듬이질하듯 북을 치고, 박자를 맞추기 위해 소리를 지르다 보니 아줌마들 얼굴에는 흥겨움이 넘쳤다. 힘이 달리는지 손에서 빠져나간 스틱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엇박자가 나 겸연쩍어도 이내 웃음꽃으로 얼버무린다.

'마구잡이 난타단'은 지난해 11월 마포문화재단이 지역 주민 문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뽑은 '아마추어 예술단' 중 하나다. 난타와 함께 젬베(아프리카 타악기), 오페라 등 3개 분야에 각각 20명씩 선발했다. 2대 1의 경쟁률을 거쳤다. 4개월 동안 20회 수업을 받고 연습을 통해 쌓은 기량을 9일 선보이는 셈. 공연 수익금은 재단 청소년 동아리 운영을 위한 기금으로 쓰기로 했다.

'마구잡이 난타단' 단원들은 전원 마포구 염리동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늦깎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주부들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세운 학력인정 평생학교 재학생들. 살림하랴 공부하랴 정신없는 와중에 "두드리는 건 자신 있어서", "난타를 직접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아서" 자원했다. 대부분 음악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아마추어. 평균 나이는 58세다.

공연단 반장 김명숙(59)씨는 난타 연습을 하면서 오랫동안 복용하던 우울증 약을 끊었다. 김씨는 "하루 1시간30분씩 연습하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도 아프지만 북을 두들기는 순간만큼은 아픈 것을 잊는다"며 "집에서도 주걱, 튀김젓가락을 두들기며 연습한다"고 말했다.

최고령인 신성례(78)씨는 심벌즈 연주가 몫이다. 지속적으로 북을 치기엔 몸 상태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 신씨는 "집에 누워 있지 않고 나와서 뭔가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라며 "힘이 남아도는데 팍~"이라고 말했다.

감독을 맡은 뮤지컬팝스오케스트라 최성근(39) 지휘자는 "처음에는 나이가 제각각이라 걱정했는데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언제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간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이 만드는 아마추어 '난타 공연'이 보기 드문 건 아니다. 어린이, 장애인,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따금 스스로 만든 공연을 선보였고, 전원 주부로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재단 측은 전했다.

'마구잡이 난타단'도 지금은 기계처럼 박자를 맞추지만, 처음엔 엉망이었다. 이름 그대로 '마구잡이'였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처음에는 박자 감각이 많이 떨어져서 엇박자가 나기 일쑤였다"며 "공연은 단 5분이지만, 내내 쉴 틈이 없어 중반부를 넘어가면 체력이 떨어져 헉헉거리는 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실수해 연습이 중단되면 남 탓하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