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괴팍한 환자, 전과자 간병인… 음악이 그들을 웃게 했네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여인의 향기'에다 '킹스 스피치'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적절하게 섞으면 프랑스의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 감독이 연출한 '언터처블:1％의 우정'이 나올 듯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부유한 백인 장애인과 불량스러운 흑인 간병인 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가진 건 건강한 몸밖에 없는 세네갈 이민자 출신의 절도 전과자 드리스(오마 사이)는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해 간병인 채용 면접을 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사고를 당해 전신 불구가 된 중년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일할 생각도 없는 드리스를 채용한다. 건성으로 일하던 드리스와 괴팍한 성미로 간병인을 계속 갈아치운 필립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이다음부터는 깨나 익숙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익숙하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재기나 파격으로 얻는 즐거움이야 없겠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섣불리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설교를 늘어놓지도 않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특히 사지(四肢)를 움직일 수 없는 필립을 연민하지 않는 드리스의 캐릭터는 이 둘이 쌓아가는 우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예술은 인간보다 앞선 유일한 것"이란 필립의 대사는 이 영화의 많은 것을 대변한다. '예술'은 장애를 가진 필립과 밑바닥 생활을 하는 드리스를 웃게 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며 이 둘을 친구로 만들어준다. 필립이 바흐·비발디 등 클래식을, 드리스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W&F)·쿨 앤 더 갱과 같은 펑크(funk)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깨나 뻔하긴 하지만, 이들이 서로의 음악을 알아가면서 교감하는 과정은 의외의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영화가 끝나도록 기적이나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필립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드리스가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데 믿음이 간다.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이래 10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대중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작품이다.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그것(죽는 것)조차 나 혼자 할 수 없어."(드리스가 "내가 당신이라면 죽으려 했을 거다"라고 하자 필립이 하는 말)

#장면
필립의 생일 파티에서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부기 원더 랜드'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팔다리를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춘다. 미소 지으며 이 광경을 쳐다보는 필립의 눈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이런 분들 보세요
눈물과 웃음을 강요하는 영화에 질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