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크 써는 자상한 남자? 저 알고 보면 잘 놀아요~

김승우(43)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나이 마흔에 뒤늦게 생고생을 자처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대박' 작품도 없지만 '실패작'도 없었던 배우. 묵직한 예술영화와 가벼운 상업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20년 넘도록 넓고 꾸준하게 활동했다.

그런 그가 "뜻밖의 도전을 시작한 건" 2010년 초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 진행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초창기 '밋밋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어느덧 진행에 물이 올랐다"는 게 최근 방송 관계자들의 평. 지난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전국 기준 13.9%)도 기록했다.

맘고생 털고 이제 편하게 방송할 만한데, 김승우는 "다시 사서 고생을 시작한다"고 했다. KBS '1박2일 시즌 2' 새 멤버로 합류한 것. 4일 첫 방송에서 김승우는 눈치 게임을 하다가 천장에 머리를 찧고, 닭싸움에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방송 시청률은 27.3%. 5일 온라인에선 그의 아내 김남주가 출연한 같은 방송의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29.9%)과 합쳐 "부부가 시청률 50%를 넘겼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2일 서울 KBS 여의도 신관 공개홀에서 김승우를 만났다.

―토크쇼도 의외였는데 이젠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한다.

"나도 의외다(웃음). 사실 토크쇼도 처음엔 '6개월이나 갈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2년이나 할 줄 몰랐다. 원래 TV를 잘 안 본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거실에서 TV를 아예 치웠다. 남 얘기에도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토크쇼를 처음 할 땐 그래서 힘들었다. 남의 말을 열심히 듣고, 질문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대본만 보다가, 백지연씨 토크쇼에 직접 출연해 보고 난 뒤 방법을 바꿨다. 출연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A4용지로 40~50장씩 되는 자료를 꼬박꼬박 읽었다. 그때부터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방송을 할 수 있더라. 진심으로 궁금한 게 생겼고, 듣다 보면 눈물도 났다. '승승장구'는 그렇게 나의 삶까지 바꿔놓은 프로그램이다. '1박2일' 섭외를 받고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나 또 배울 게 있을지 모른다'고. 그래서 나가기로 했다."

―첫 녹화를 해보니 어떻던가.

"장난이 아니더라(웃음).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연기할 땐 화면에 내 얼굴이 어떻게 잡히는지 대충 감이 오는데,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게 안 된다. 카메라가 계속 쫓아다니는 것도 처음엔 어색했고. 촬영 20시간을 넘기면서 편해졌다.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이 다행히도 모두 '성격 미남'이라 자연스럽게 놀면서 녹아들게 됐다."

―캐릭터 구축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잠 많이 잔다고 '신생아', 투덜댄다고 '투덜이' 같은 별명이 생겼던데.

"따로 계산하고 움직이고 싶진 않다. 그동안 연기하면서 부드럽고 다정한 남자, 스테이크 써는 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굳어져 있었는데, 실제로 난 반장 기질도 있고 승부욕도 강하고 노는 것도 꽤 잘 한다.(웃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대중 앞에서 내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반대로 솔직하게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