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 목표 내리자 철강·기계株 휘청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확 낮추면서 그동안 중국의 경기 확장과 경제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던 업종의 주가에 명암이 엇갈렸다.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던 비금속·철강 등 산업재 관련주와 건설·기계 업종 주가는 큰 폭으로 꺾였다. 반면 중국 정부가 이번 전인대에서 제시한 올해 중점 과제가 내수 확대와 민생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 입지가 탄탄한 일부 소비재 관련 기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소비재 업종엔 호재

6일 코스피지수가 0.8% 내리며 이틀 연속 하락한 가운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음식료·화장품 업체의 주가는 오르거나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2% 올라 105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까지 이틀 연속 올랐다. 지난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2010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중국 내 제과시장에서 파이·스낵류 부문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온은 장중 4% 가까이 오르다 상승폭이 줄며 0.1% 상승 마감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화장품 제조사 에이블씨엔씨도 장중 8% 넘게 오르다 0.3%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실적이 좋은 종목에는 이번 중국 정부의 내수 경기 활성화 전략이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제과 부문 영업이익의 3분의 1가량이 중국 매출에서 나온다"며 "농심과 CJ제일제당 등의 음식료 업체들도 중국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액 비중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소비가 활발해지면 중국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업체나 음식료 전문 업체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화장품업체인 에이블씨앤씨·한국콜마·코스맥스,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은 밀폐용기 전문업체인 락앤락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충격받은 산업·중간재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2.4% 하락했다. 비금속광물 업종 지수와 기계 업종 지수도 각각 전날보다 1.6%, 1.2%씩 내렸다. 기계 업종 중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4.7%, 두산엔진은 3.9% 하락했다. 화학 업종도 전날 큰 폭으로 내린 데 이어 이날도 중국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일부 하락했다. 한화케미칼은 전날보다 2.0%, LG화학은 0.7% 내렸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에 나서면 중국 내 건설경기가 완화돼 건설 기계·중장비 부품과 화학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는데,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경제 정책이 내수 소비 진작과 분배 등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런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5일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치를 전년 목표치보다 0.5%포인트 낮춘 7.5%로 제시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7%대로 낮아진 목표치를 세운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도로, 발전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거 투자해 왔고, 국내 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중간재·건설기계 수요 증가의 수혜를 봐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전인대에서 발표된 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이 국내 증시에 계속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는 4%로 작년과 동일한 만큼, 통화량 확대 등 경기 부양책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8%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