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안 열리네" 대형마트 2월 매출 주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먹을거리 위주로만 쇼핑을 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대형마트 관계자)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대형 할인마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1~2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고, 롯데마트 역시 2.1%에 불과했다. 두 회사 모두 작년보다 매출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가 6일 내놓은 3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이날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내수에 추가 충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작년보다 영업일 늘었는데… 대형마트 매출은 줄어

2월 각종 소비지표를 보면 1월에 비해선 개선된 지표들이 많다. 1월 20% 가까이 급락했던 자동차 판매량은 2월 5.5% 늘어나 넉 달간의 마이너스 성장 행진을 마감했다. 2월 휘발유 판매량은 4.2% 늘었고,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도 24.9%나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올해 2월이 작년에 비해 영업일 수가 업종별로 2~4일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은 날짜(29일) 자체가 하루 많고, 설 연휴도 작년 2월에서 올해는 1월로 옮겨가 상점들이 문을 연 기간이 길었다. 장사는 2~4일 더 오래했는데, 매출은 적게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2월에 비해 늘었지만, 하루 평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들었다.

특히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대형마트의 경우, 서민층의 주머니 사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평가까지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올해 들어 식품 등 생필품 소비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가전제품이나 패션 관련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롯데마트에선 1~2월 중형 냉장고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다. 이마트에서는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채소 등 당일 처분하는 신선식품 할인을 노리는 '올빼미 쇼핑족'이 늘어난 것도 최근 대형마트의 새로운 풍경이다. 일부 점포에서는 유통기한이 절반 정도 남은 우유나 어묵·소시지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서 파는 코너까지 만들어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 은평점은 1월부터 오후 9시 이후 계산대 운영을 평소보다 20% 이상 늘렸고, 야간 매출이 15.6%나 증가했다. 할인판매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마트 이상범 팀장은 "저녁 할인상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경기 불황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수 위축 오래갈지 판단은 3월에나…"

기재부는 "2월 소비지표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위축이 오래갈지, 1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회복하고, 2월 말로 갈수록 대형마트·백화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소비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3월 지표들을 봐야 경제 상황을 보다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내심 내수 위축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9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가 개개인의 소비 여력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기면서 외부 여건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까닭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기요인 이외에, 부채상환 부담이 서민층의 소비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조짐이 있는지 별도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유가 등 대외변수에 대해 "유가 흐름의 불확실성으로 소비가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휘발유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자동차와 차량 연료를 중심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