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본간 국제여객선 전성시대 열렸다

김기정(46·부산 해운대구)씨는 날씨가 풀리는 대로 하루 휴가를 내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로 여행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전 8시쯤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 코비호를 타고 1시간 45분가량 뒤 쓰시마 이즈하라항에 도착, 조선시대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관련 유적지 등을 본 뒤 오후 3시쯤 히타카츠항을 출발, 돌아올 생각이다. 왕복 뱃삯은 9만원 정도. 부산~서울 KTX 왕복 비용과 비슷하다. 김씨는 "KTX 타고 서울 가듯 부담 없이 배를 타고 일본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바닷길'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10년 이상 큰 변화가 없던 한일 여객 항로에 새 배들이 잇따라 취항, 일본으로 가는 바닷길을 더욱 넓히고 있다. 후쿠오카·쓰시마 노선은 일국지(一國志)·이국지(二國志)를 넘어 삼국지·열국지(烈國志)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객선 회사들은 피튀기는 요금 인하 경쟁에 들어갔고 여행객들은 그만큼 즐거워하고 있다.

한일 여객 항로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부산~후쿠오카 항로를 다니던 ㈜미래고속과 ㈜JR큐슈고속 측이 쾌속선 코비호(200인승)와 비틀호(200인승)를 부산~쓰시마 노선에 투입하고부터다. 이 항로는 1999년 7월 이후 ㈜대아고속해운이 독점해온 곳. 미래고속 등의 운항으로 삼각 경쟁을 하게 된 이 항로의 왕복 운임은 예전의 절반 수준인 8만~9만원으로 떨어졌다. 종전 왕복 요금은 15만~17만원이었다. 3개사의 출혈 경쟁으로 여행사 단체 운임은 3만~5만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선발업체인 대아고속해운은 요금 인하에 이어 정원 445명의 대형 고속여객선 '오션플라워호'를 지난달 1일 이 노선에 투입했다. 정원 300명 수준이던 종전 여객선의 1.5배 규모다. 수학여행, 등산모임, 역사탐방단 등 각종 단체관광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

이 회사 이태진 본부장은 "기름값이나 운항시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대신 대규모 인원을 태워 경쟁사와 가격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바닷길이 넓어지고 요금이 싸진 덕에 부산~쓰시마 노선은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2010년 11월 1만2000여명이던 여행객이 작년 11월에는 2만500명으로, 비수기로 알려진 12월에는 예년 8700여명이던 여행객이 작년 1만93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 전문 여행업체 '여행박사' 문미진 팀장은 "여객선 운항이 늘어난 작년 10월 이후 쓰시마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은 월 2000명가량으로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일 여객 항로의 확대는 쓰시마에 이어 후쿠오카로 이어졌다. 부산~후쿠오카 노선 터줏대감은 미래고속과 JR큐슈고속. 각 3척과 4척의 초쾌속선을 이 항로에 투입, 매일 4차례 이상 왕복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에 대아고속해운이 지난달 10일부터 초쾌속선 드림호를 투입했다. 대아고속해운은 이 노선 취항에 맞춰 3월 말까지 주중 6만9000원, 주말 9만2000원의 특가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 노선 정상가는 23만원이다. 미래고속 등 기존 업체들도 여기에 맞서 각종 할인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 노선에는 고려훼리가 뉴-카멜리아호도 운항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존의 부관훼리㈜가 여객선 하마유와 성희호를 부산~시모노세키 노선에 투입해 매일 운항하고 있으며, ㈜팬스타라인닷컴이 팬스타드림호를 부산~오사카 노선에서 주 3회(일·화·목) 운행하고 있다. 성희호는 오는 18일까지 선박 수리 관계로 휴항 중이다.

부산시 강희천 관광진흥과장은 "항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한일 여객선의 항로 증가는 부산의 관광자원을 더 다채롭게 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 영남권만 아니라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이 항로들을 이용, 알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