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의 마지막 글씨, 오늘 퇴근길에 만나보세요
입력 : 2012.03.07 03:11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유서 깊은 문화재들
김정희 사망 직전에 쓴 삼성동 봉은사 현판
단 하나 남아 있는 조선시대 한글 비석 등 국보의 절반이 서울에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고층빌딩 숲 사이에 조선시대 대표적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글씨가 있다. 봉은사 대웅전 오른쪽 언덕 위 계단을 오르면 경판(經板·불경을 새긴 판)을 보존하는 판전(板殿) 건물 현판 글씨 '板殿'이 보이는데 이 글씨가 김정희 작품이다.
김정희는 노년에 경기도 과천 과지초당(瓜地草堂)에 머물면서 봉은사에 자주 들르곤 했는데, 죽기 3일 전에 이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액(扁額) 왼쪽 낙관에는 '七十一果病中作(일흔한살의 과가 병중에 쓰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추사 말년작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果)'는 그가 과천에 살면서 썼던 호 과도인(果道人), 과노(果老)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현판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3호다.
◇문화재의 보고(寶庫) 서울시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시 곳곳에 이처럼 유서 깊은 문화재가 소리 없이 숨 쉬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에는 국내에서 조선시대까지 쓰인 비석 중 유일하게 한글로 쓴 '이윤탁 한글 영비'(보물 1524호)가 있다. 조선 중종 때 승문원(承文院) 관원을 지낸 이윤탁과 부인을 합장한 묘비로, 조선 중기 문신인 이문건(1494~1567)이 1536년 아버지 이윤탁의 묘에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석 옆면에는 무덤과 비석의 훼손을 경계하는 '신령스러운 비이니 거스르는 사람은 재화(災禍)를 입을 것이라. 이를 글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라는 내용이 한글로 쓰여 있다. 훈민정음 반포 후 90여년이 지나고 나서 세운 것으로 당시 한글 어법을 보여주는 자료다.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처음 지정됐다가 2007년 9월 18일 보물로 승격됐다.
김정희는 노년에 경기도 과천 과지초당(瓜地草堂)에 머물면서 봉은사에 자주 들르곤 했는데, 죽기 3일 전에 이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액(扁額) 왼쪽 낙관에는 '七十一果病中作(일흔한살의 과가 병중에 쓰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추사 말년작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果)'는 그가 과천에 살면서 썼던 호 과도인(果道人), 과노(果老)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현판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3호다.
◇문화재의 보고(寶庫) 서울시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시 곳곳에 이처럼 유서 깊은 문화재가 소리 없이 숨 쉬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에는 국내에서 조선시대까지 쓰인 비석 중 유일하게 한글로 쓴 '이윤탁 한글 영비'(보물 1524호)가 있다. 조선 중종 때 승문원(承文院) 관원을 지낸 이윤탁과 부인을 합장한 묘비로, 조선 중기 문신인 이문건(1494~1567)이 1536년 아버지 이윤탁의 묘에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석 옆면에는 무덤과 비석의 훼손을 경계하는 '신령스러운 비이니 거스르는 사람은 재화(災禍)를 입을 것이라. 이를 글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라는 내용이 한글로 쓰여 있다. 훈민정음 반포 후 90여년이 지나고 나서 세운 것으로 당시 한글 어법을 보여주는 자료다.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처음 지정됐다가 2007년 9월 18일 보물로 승격됐다.
종로구 창경궁 안에는 한국에 있는 유일한 중국 석탑 '팔각칠층석탑'(보물 1119호)이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인 1470년 만들어졌고, 일제강점 초기 1911년 창경궁에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을 건립할 때 만주에서 온 상인으로부터 사들여 세운 것. 높이가 6.5m로 크게 지대석·기단부·탑신부·상륜부로 이뤄져 있다. 지대석과 기단부가 탑신보다 훨씬 높다.
다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다래나무(천연기념물 251호)는 종로구 창덕궁 안에 있다. 창덕궁 다래나무는 대보단(大報壇) 터 인근에 있다. 대보단은 명나라가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망하자 숙종이 31년(1705) 때 창덕궁 깊숙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세워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준 명나라의 은혜를 기린 곳이다. 이 다래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원래부터 이곳에 자생했거나 창덕궁을 지었을 때 조경용으로 심었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래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고, 줄기가 이리저리 엉키면서 자라는 모습이 용틀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래가 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서울 문화재 총정리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2011년 현재 서울에 있는 1400여종 국가지정·서울시 지정 문화재를 전문가 설명과 사진, 도면을 곁들여 '서울의 문화재'라는 책(6권)과 CD로 제작했다. 서울에는 국가지정 문화재 864개, 서울시 지정 문화재 433개, 등록문화재 106개 등 1403개 문화재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전국에서 서울이 가장 많다. 국보는 전체 314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51%) 159개가 서울에 있고, 국보 1호 숭례문, 2호 원각사지 10층석탑, 3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그리고 보물 1호 흥인지문, 2호 옛 보신각 동종, 3호 원각사지 대원각사비가 서울에 있다.
1권에서는 서울에 있는 궁궐과 관아, 성곽, 유적지, 근대건축물 등을 수록했고, 2권은 선조의 손때가 묻은 회화, 고지도, 서예 등을, 3권에는 도자기와 금석문, 의복·장신구, 무기, 과학기기, 4권에는 무형문화재, 민속문화재, 천연기념물, 등록문화재를 담았다. 5·6권은 불교문화재 관련이다. 오는 5월부터는 시 시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culture.seoul.go.kr)를 통해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시사편찬위원회 이상배 연구원은 "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이 서울에 있고, 삼국시대 백제의 도읍지이자 조선의 수도로 2000년 이상 도읍의 역사를 간직해온 긴 역사 덕에 서울은 경주·공주·부여에 못지않은 다양한 문화재를 간직한 도시"라고 말했다. 문의 시사편찬위원회 (02)413-9539
다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다래나무(천연기념물 251호)는 종로구 창덕궁 안에 있다. 창덕궁 다래나무는 대보단(大報壇) 터 인근에 있다. 대보단은 명나라가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망하자 숙종이 31년(1705) 때 창덕궁 깊숙이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세워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준 명나라의 은혜를 기린 곳이다. 이 다래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원래부터 이곳에 자생했거나 창덕궁을 지었을 때 조경용으로 심었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래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고, 줄기가 이리저리 엉키면서 자라는 모습이 용틀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래가 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서울 문화재 총정리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2011년 현재 서울에 있는 1400여종 국가지정·서울시 지정 문화재를 전문가 설명과 사진, 도면을 곁들여 '서울의 문화재'라는 책(6권)과 CD로 제작했다. 서울에는 국가지정 문화재 864개, 서울시 지정 문화재 433개, 등록문화재 106개 등 1403개 문화재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전국에서 서울이 가장 많다. 국보는 전체 314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51%) 159개가 서울에 있고, 국보 1호 숭례문, 2호 원각사지 10층석탑, 3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그리고 보물 1호 흥인지문, 2호 옛 보신각 동종, 3호 원각사지 대원각사비가 서울에 있다.
1권에서는 서울에 있는 궁궐과 관아, 성곽, 유적지, 근대건축물 등을 수록했고, 2권은 선조의 손때가 묻은 회화, 고지도, 서예 등을, 3권에는 도자기와 금석문, 의복·장신구, 무기, 과학기기, 4권에는 무형문화재, 민속문화재, 천연기념물, 등록문화재를 담았다. 5·6권은 불교문화재 관련이다. 오는 5월부터는 시 시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culture.seoul.go.kr)를 통해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시사편찬위원회 이상배 연구원은 "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이 서울에 있고, 삼국시대 백제의 도읍지이자 조선의 수도로 2000년 이상 도읍의 역사를 간직해온 긴 역사 덕에 서울은 경주·공주·부여에 못지않은 다양한 문화재를 간직한 도시"라고 말했다. 문의 시사편찬위원회 (02)413-9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