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TALK] 유니폼은 걸어다니는 회사 이미지… 촌스러움 벗고 패션을 입힌다

칙칙했던 유니폼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캔버스로 변하고 있다. 유니폼에 대한 인식이 '일할 때 입는 작업복'에서 '브랜드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뀌면서 유명 디자이너들이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사례가 는 것이다. '유니폼 콜라보레이션(협업)'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 최지형씨는 이달 인터넷 업체 NHN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다음 달부터 착용하게 될 이 유니폼은 보안 요원, 미화 요원, 주차 요원, 리셉션 직원용 등 4종류와 직원 공용 조끼로 이뤄졌다. '젊고 창조적인 IT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최씨는 과감한 절개와 소재 혼용을 유니폼에 시도했다. 주차 요원 외투는 코트와 패딩을 합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했고, 리셉션 여직원이 입는 코트엔 지퍼를 달아 기존 제복 스타일과 차별을 뒀다.

'앤디앤뎁' 윤원정 이사는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매장 직원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화장품에 담긴 "정갈하고 고귀한 동양 느낌"을 패션으로 해석해 재킷 앞섶을 반달이 교차한 형태로 동그랗게 재단했다. 그는 최근 KB 국민은행 유니폼도 만들었다. 전문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원색 대신 진한 갈색과 금색을 섞었다. 디자이너 손정완씨도 현재 신한은행 유니폼 작업을 하고 있다.

'아저씨 점퍼'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무원 유니폼도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간호섭 홍익대 패션학과 교수를 통해 연두색과 하늘색을 점층적으로 넣은 점퍼를 만들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전국 1만7000명 집배원복을 디자인 중이다.

윤원정 이사는 "회사나 기업에서 유니폼을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 '걸어 다니는 기업 이미지'로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식의 전환 덕에 디자이너가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 최지형씨는 "과거엔 회사 로고 색깔을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등 한계가 많았지만 요즘은 유니폼을 입는 사람이 주로 젊은 직원이기 때문에 색깔과 스타일 적용이 관대해졌다"고 했다.

모 패션 전문가는 "유명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모델당 많아야 몇 십 벌 정도 판매하지만 유니폼은 많게는 1만 벌 이상도 제작한다"며 "그 사람들 하나하나가 디자이너로선 중요한 홍보 요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입장에선 이미지를, 디자이너 입장에선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에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