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황룡 한데모여 영험한 자태 뽐내네

이마에 뿔 한 쌍이 돋은 얼굴 좌우에 청룡(靑龍)과 황룡(黃龍)이 뒤엉켜 마주보고 있다(사진). 그 사이엔 물고기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서울 대학로 꼭두박물관에서 열리는 '용의 찬란한 부활'전(展)에는 전통 상여의 지붕을 장식하는 용수판과 용마루 등에 새겨진 용과 봉황, 인물 조각 등 170점이 선보인다.

미술사학자 강우방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용을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영기문(靈氣文·우주에 충만한 신령스러운 기운)이 고도로 발전한 형태"로 접근하는 점이 색다르다. 종래 한 쌍의 뿔과 송곳니를 가진 귀면(鬼面·귀신 얼굴)으로 간주해온 조각도 영기문이 발전해 형상화된 용으로 풀이하는 식이다. 전통 상여에서 용을 장식한 이유는 저승길 가는 망자(亡者)를 지켜주는 수호자 역할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강우방 교수는 "영기문이 만물 생성의 근원이기 때문에 옛 사람들도 뿌리로 돌아가는 뜻에서 용이나 봉황을 조각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해석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다채로운 용·봉황 조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시품 3분의 1이상인 60점이 용수판이고, 용모양 조각 30점, 용마루·정(丁)자 모양 용 16점 등이 전시된다. 9월 29일까지. (02)766-3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