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희끗희끗한 64세의 나는, 맥도날드 알바생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맥도날드 센트럴시티점. 남색 유니폼을 입은 반백(半白)의 전동화(64)씨가 손님들 사이를 누비며 분주히 테이블 줄을 맞추고 있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맥도날드의 '시니어 인턴(Senior Intern)'으로 일하기 시작해, 지난 2월 '메인터넌스(Maintenance·유지 보수 관리) 직원'으로 정식 고용됐다. 전씨의 업무는 매장 장비나 설비 상황을 확인하고,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매장에서 사용되는 자재가 부족하지 않게 준비해 매장의 현상을 유지하는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광고회사에서 20여년 동안 일했던 전씨는 2007년 은퇴했다. 그러던 중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 채용 광고를 보고 맥도날드에 지원해 5개월째 일하고 있다. 전씨는 "젊은이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다 보니 몸도 안 아프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며 "아침에 출근하면 아들 딸 같은 직원들이 '아버님 오셨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하고 말도 많이 걸어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주 5일 일하며 받는 돈은 월 90여만원이다. 전씨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퇴근한 뒤 친구들과 만날 때 대포값을 낼 수 있을 정도"라며 "친구 모두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부지점장 이윤숙(36)씨는 "잘 적응하실지 걱정이 됐는데 어린 직원들에게 인생 경험도 조언해주고 잘 어울리셨다"며 "퇴근하실 때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하면 '고생은 무슨, 재밌게 즐기다 가는 거지'라고 하신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유재연(20)씨도 "어색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고 말도 잘 못 걸었는데 먼저 인사하시고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주셨다"며 "식자재나 쟁반 등 자재들이 떨어지기 전에 채워주시는 등 먼저 나서서 도와주신다"고 했다.

맥도날드 인사팀도 '노인 인턴'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인사팀 관계자는 "(시니어 인턴은)사회 경험이 있는 분이 많아 책임감이 높고, 어르신과 함께 일하는 어린 직원들도 자연스레 서로를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며 "점장들에게 조사를 해보니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시니어 인턴을 더 채용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71곳 매장에 시니어 인턴 101명을 채용한 데에 이어 올해 15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7일 제1회 시니어 일자리 나눔 대회를 열었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에 참여해 100여명 이상 인턴을 채용한 한국맥도날드와 AJ렌터카, CJ GLS택배 해운대영업소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생산적인 복지 정책"이라며 "2014년까지 노인 일자리 1200개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