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유학까지 간 뒤 이웃에 봉사할래요"

올해 73세의 김복례<사진>씨. 손주들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를 나이다. 그러나 김씨는 올해 대학생이 됐다. 못다 이룬 학업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꿈에 한발 다가섰다.

올 3월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복례씨는 마침내 대학생의 꿈을 이루었다.

지금은 손주 또래들과 캠퍼스를 거닐고, 강의실에서 교수들의 강의를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사위가 입학 축하금으로 건넨 돈으로 수업교재를 구입했어요."

김씨는 대학생활의 하나하나가 새롭기만 하다.

김씨는 딸만 5명을 둔 '딸 부자'다. 나이 마흔넷에 홀로 됐다. 그런 여성이 홀로서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 보려고 이웃 사람들에게 경운기 모는 법을 배우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 접어야 했다. 딸 넷을 경운기에 태우고 가다 경운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 것.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 일로 크게 상심한 김씨는 살던 경북 청송을 떠나 대구로 갔다. 팔달시장 노상에서 국수장사를 하며 억척같이 일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딸 5명을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딸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학업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만학도가 다니는 중학교를 알게 됐고, 69세의 나이에 입학했다. 매일 새벽 2~3시까지 공부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다 과로로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까지 가기도 했다.

방학도 없이 2년의 중등과정을 마치고 71세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개근상까지 탔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넷째 딸이 어머니를 보러 온다는 말을 하자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못 오도록 말리기까지 할 만큼 공부에 매진했다.

마침내 올해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해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한 것은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이웃을 돕고 싶어서였다.

첫 수업시간에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외어 낭독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이벤트까지 선보였다. 이에 학과 동기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대학생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첫째 딸 또래인 47세의 다른 만학도와 점심을 같이 먹으며 대학생활 동안 단짝 친구가 되기로 맹세했다.

여대생이 된다는 사실에 입학식 전날 한잠도 못잤다는 김씨는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더 많이 공부한 뒤 80세부터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건강이 중요한 만큼 매일 걷기, 훌라후프 돌리기,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다"며 건강백세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