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휴대전화 사용법 가르치는 남자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탈북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실향민으로 고생하신 할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떠올랐어요."

작년 8월부터 하나원(북한이탈주민 교육기관)에서 탈북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치는 송용원(39·사진)씨. 대기업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그는 작년 탈북자 대상 모바일 교육 자원봉사자 모집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신청했다고 했다.

"월남하신 할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떠오른 데다 탈북자들이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아 보이스피싱 등 휴대전화 관련 피해를 입을까 걱정도 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송씨의 할아버지는 황해도 봉산 출신이었다. 단신(單身)으로 월남해 3남 3녀를 뒀지만, 끝내 고향을 잊지 못했다. "1981년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TV에서나 모임에서 황해도 출신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셨어요. 아는 사람은 아닌지, 가족 소식을 알 수 있지는 않은지 많이 궁금해하고 물어봤죠."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난 아내도 실향민 가족이었다. 올해 일흔이 된 장인은 1950년 흥남부두 철수 작전 때 남한으로 왔다.

"요즘도 냉면을 드실 때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먹던 맛을 그리워하는 장인어른이 '좋은 일 한다. (탈북자들은) 어렵게 온 분들이니 성심성의껏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쳐라'고 당부하세요."

송씨는 두 달에 한 번, 2시간씩, 2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위해 맞춤형 자료도 만들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한 달에 요금이 얼마나 나오냐' '국제전화를 싸게 거는 방법이 있냐'는 거예요. 북한이나 중국에 두고 온 가족들과 언젠가 연락할 날을 기다리시는 거죠."

올해도 꾸준히 교육에 참여할 계획인 그는 "탈북자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도 뭉클하고, 저도 장인어른께 효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