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말콤 엑스… 이슬람, 그 문명을 꽃피운 100人

"이슬람 문명을 빛낸 위인 100명을 뽑아 그들의 삶과 업적을 소개하는 책을 써봅시다." 작년 여름, 손주영(65·孫主永·사진) 한국외대 명예교수(아랍어과)는 국내외 대학에서 아랍―이슬람학을 가르치는 동료 학자들을 만나 이렇게 제안했다. "이슬람 문명을 만들고 이끌어나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무슨 가치를 추구했는지에 대해서 다룬 책은 없기 때문"이다.

황병하(조선대)·이희수(한양대)·김정명(건국대) 등 이슬람 전문가 60명이 손 교수의 뜻에 의기투합했고, 9월부터 위인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20세기 중동을 움직인 50인'(손주영 외), '위대한 무슬림 100인'(자밀 아흐마드), '이슬람의 주요 인물 50인'(로이 잭슨) 등을 샅샅이 훑었고, 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선생들과는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힘든 작업이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처음 계시를 받았던 610년부터 최근까지 1400년의 시간을 파헤치다 보니 써야 할 인물이 수두룩했어요. '이슬람에 훌륭한 사람이 100명이나 있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추리니 300명은 가뿐히 넘더라고요."

난상토론을 거듭한 끝에 3분의 1로 줄여 명단을 확정했다. 100명의 무슬림 위인들은 정치 지도자·군인· 철학자·신학자·법학자·과학자·예술가·여행가 등으로 구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무슬림의 여성 지도자로 추앙받는 카디자(555~619)와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 제5대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763~809), 신라를 이슬람 세계에 전한 역사가 알 마스우디(896~957), 수단 이슬람 운동의 살아있는 정신적 지도자 하산 알 투라비(1932~), 흑인 해방을 이끈 미국의 무슬림 운동가 말콤 엑스(1925~1965) 등이 주인공이다. 각 인물에 대한 짧은 전기는 61명이 6개월간 3~5편씩 나눠 썼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1400년 이슬람 문명의 길을 걷다'(프라하)이다.

손 교수는 "동서양을 아우르며 세계를 호령했던 칼리프와 술탄, 7~18세기 화려하게 꽃피웠던 이슬람 문명의 아름다움, 18세기 이후 근대 무슬림 지식인들의 인생 역정과 시대적 고민까지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본문과 연표·지도를 모두 더하면 8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 우리의 허준처럼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임상의학자인 알 라지(865~925)는 천연두와 홍역을 구분했고, '신비의 혀'라고 불린 시인 하페즈(1326~1390)는 사랑과 술을 주제로 한 시를 잘 지어서 훗날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서동시집'을 지을 때 영감을 줬다. 무굴 제국의 제3대 통치자 악바르(1542~1605)는 다양한 종교를 수용하고 이슬람 문화의 중흥을 이끌었다.

손 교수는 "이슬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테러는 과격주의자들이 잘못된 정치적 목표로 만든 이단일 뿐 이슬람이 아니니, 무슬림들의 삶에서 이슬람의 평화와 존중의 메시지를 더불어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