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누세요… 저처럼 행복해집니다"

아낌없이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한 왕자'처럼 살고 있는 젊은이가 앞에 있었다. 청중들은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때로는 울음을 참으며 감동에 빠져들었다.

2인조 힙합그룹 지누션의 멤버로, 지금은 아내인 정혜영(39)씨와 함께 '기부천사'로 더 잘 알려진 션(40)이었다. 그가 7일 조선일보 경기북부취재본부가 주최하고 제화회사 안토니 바이네르가 후원해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행복한 인생 만들기' 제14회 시민강좌에 등장했다. 강연 주제는 '지금은 선물이다­만원의 기적'이었다.

◇반지만 주고받은 결혼식

"어색하지만 옆의 분에게 손을 뻗어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라고 해보세요." 연예인답지 않은 외모, 청바지 차림에 농구화를 신은 션은 2004년 10월에 있었던 결혼식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1000번도 넘게 봤다는 결혼식 비디오를 보여줬다. 혼수·예단이나 축의금도 없이 반지 하나만 주고받은 결혼식이었다. 션은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기 때문에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며 "축의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행복으로 채웠다"고 했다.

션은 다음날 정씨와 약속을 했다. 그는 "혜영아, 우리 행복하게 시작했는데 이웃과 함께 나누자. 하루에 만원씩 이웃과 나누며 살자"고 했고, 정씨도 흔쾌하게 동의했다. 그때부터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서울 청량리의 무료 급식봉사 현장을 찾아 365만원을 기부한다. 부창부수가 따로 있을까. 정씨도 "작은 것을 드리지만 큰 행복을 누리고 돌아온다"는 말을 한다.

션은 "하루에 1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눔은 많아서 드리는 것이 아니고 아끼고 아껴서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벌써 자식만 404명

그는 결혼 8년차에 404명이라는 자녀를 둔 사연을 풀어냈다. 아내가 낳은 자녀만도 4명으로 적지 않고, 후원하는 아이가 400명이다. 아이들의 돌에도 잔치 대신에 2000만원씩 모아 기부한다. 도우미 아줌마를 쓰지 않고 맞벌이를 하면서도 손수 아이들을 키웠다. 매번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가 아픈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는 남들이 "아빠는 가수, 엄마는 탤런트인데 아이들이 돌잔치에서 뭘 잡았느냐"고 물으면 "이웃의 손을 잡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해외의 어린이도 거둬들였다. 2008년 한달에 3만5000원씩 필리핀 어린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때 필리핀을 다녀온 아내 정씨가 가난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사는 '딸'을 보고 작은 금액이라도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대신 100명의 아이를 가슴에 품었다. 부부가 함께 찍은 CF에서 생긴 돈으로 우리나라 어린이 100명도 후원하기 시작했다. 2010년 지진을 겪은 아이티를 다녀와서 다시 100명을 더 늘렸고, 작년에는 북한 어린이 100명을 돕기로 약속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션의 나눔은 끝이 없다. 버려지고 있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요양소와 병원 건립에도 나서고 있다. 책의 인세 수입으로 아내 이름을 딴 '정혜영 장학회'도 만들어 최근 대학생 27명에게 장학금도 지급했다. 그는 집에 모금 봉투 5개가 있다고 했다. 1개는 부부가 매일 1만원, 3개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모아 매년 생일에 기부한다. 아직 첫돌이 지나지 않은 막내의 봉투도 곧 생긴다. 나머지 1개는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기부하기 위한 것으로, 1만명의 마음을 더 모으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누기에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지금(present)은 바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present)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누구에게 선물이 되도록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7년 전 그날 바로 시작했고, 지금 우리 가족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션은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언제든지 '사랑하는 아내, 가족과 함께하고, 이웃과 함께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며 "여러분도 저처럼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