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호수·꽃·동물… '자연의 향기' 가득

◇자동차·식당 없는 '걷는 공원'

'자연'을 주제로 한 공원인 만큼 공원 안에는 차가 못 다닌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들어와야 한다. 주차료는 하루에 2000(소형)~4000원(대형). 그 대신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1인용, 2인용, 4인용이 있는데 1시간에 2000~1만원을 받는다. 가족이 함께 4인용 자전거를 타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공원 안에는 간이 매점이 있을 뿐 식당도 없다. 공원 곳곳에 벤치나 정자가 있으니 학창시절 소풍 때를 생각해 김밥을 싸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원 입장료는 없고, 내부 시설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연다. 하지만 오후 10시까지는 공원 문을 닫지 않기 때문에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월요일에는 여러 시설이 문을 닫는다. 공원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안내는 홈페이지(grandpark.incheon.go.kr)나 전화(032-466-7282)를 통하면 된다.

다시 봄이다.

새순이 돋는 나무들, 바람결에 실려오는 싱그러운 풀내음….

맑은 날, 방안에서만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활에 쫓겨 멀리 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천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인천대공원을 추천한다. 관모산 자락에 298만3542㎡의 넓은 터를 안고 있는 이 공원은 인천을 대표하는 자연공원이다. 놀이시설이 아니라 산과 숲과 물로 차 있는 곳. 온 가족이 함께 손잡고 흙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생태공부도 하고, 생각에 잠겨볼 수도 있는 곳이다. 정문과 후문 주변 큰 도로는 늘 많은 차들이 붐비지만 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은 보이지 않고, 그와는 전혀 다른 '자연'이 펼쳐진다.

◇동·식물원 등 사계절 무료

대공원에는 아주 예쁘게 꾸며놓은 수목원과 장미원, 꽃전시관, 야생화단지가 있다. 그런데 아직은 계절이 일러 이곳에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 늦은 봄이나 여름에 이곳을 찾아가면 환상적인 꽃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 가도 사계절 내내 반겨주는 곳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수석광장이 나온다. 우뚝 선 사람 모양, 물개나 말 머리 모양 등 특이한 형상의 수석 수십여 점이 퍼져 있다. 이곳을 지날 때부터 주변은 온통 산이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이어 바로 수목원 안내소가 나온다. 수목원엔 아직 꽃들이 피지 않았지만 안내소에 들어가면 수목원에 자리 잡은 동식물을 사진으로 먼저 볼 수 있다. 특히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물레방아와 떡판·떡메, 절구와 디딜방아 등 우리 전통 기구들은 아주 예뻐서 "손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어도 저절로 손이 간다. 식물원에는 열대·아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키가 큰 공작야자,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진 스트로베리 구아바, 예전 서부극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연성각 등의 선인장류, '대통령'이나 '단애의 여왕' 등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식물원 앞은 바로 호수다.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그 사이를 떠다니는 철새들이 앞산과 어우러져 제법 괜찮은 풍경을 만든다. 이런 풍경들 때문에 대공원에는 사시사철 사진작가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흙길을 따라 호수를 돌아가면 식물원 반대쪽에 예쁜 은행나무 인형이 맞이해 주는 환경미래관이 기다린다. 지구의 환경과 도시 문제를 영상과 사진, 모형 등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생활쓰레기 등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원 재활용과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공간이다.

그곳을 나와 후문 쪽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 '백범 광장'이 있다. 인천에서 3년간 옥살이를 하며 항구 공사에 끌려다녀야 했던 백범 선생을 기려 만든 곳이다. 선생의 동상 옆에는 선생께서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붙잡혀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나는 네가 평양감사를 한 것보다 더 자랑스럽다"며 기개를 보이셨다는(백범일지)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이 있다.

그 바로 옆에는 관모산으로 올라가는 숲길이 있다. 높이 162m의 낮은 산이어서 걷는 데 부담이 없다. 코스에 따라 정상까지 450~1560m의 여러 길이 나 있어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후문 바로 옆 동물원에는 타조, 부엉이, 공작, 코요테, 사막여우, 독수리 외에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나오는 미어캣 등을 볼 수 있다. 축사도 예쁘고 깔끔하게 지어 놓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