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1년… IT·車 웃고 태양광 울어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3ㆍ11 대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대지진의 여파는 1년 만에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와 주식시장의 판도까지 바꾸었다.

대지진이 발생했던 당시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이 부진한 사이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고,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발전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삼성전자 최고가, 일본 엘피다는 정리매매

일본 대지진 이후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IT와 자동차 업체였다. 대지진으로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 등 주요 업체의 생산시설이 멈춰서며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는 대지진 이후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도호쿠 지역 내 생산 가동을 중단하며 타격을 입은 소니는 지난해 주가가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파나소닉·도시바 역시 주가가 30% 넘게 내린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 IT 업체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하이닉스도 부진에서 벗어나 주가가 7.4% 올랐다. 최근 엔화가 약세(달러 대비 엔화 환율 상승)로 돌아서며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본 IT 업체가 이미 혁신력을 크게 상실했다고 말한다.

◇국내 수출주 약진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와 닛산·혼다 역시 생산시설이 파괴되며 대지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로 혼다와 도요타 주가는 각각 11.1%, 8.9%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2.4%, 17.6% 올랐다.

다만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는 점이 IT 분야와는 약간 다르다.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연구원은 "일본 업체가 대지진의 여파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지만, 그러는 사이 국내 업체가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한라공조·평화정공 등 자동차부품 업체 실적과 주가도 호조였다. 일본은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데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세계 수요가 한국 업체로 몰린 것이다.

정유와 화학 업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지진 이후 일본 철강 업체 스미모토금속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주가가 각각 18.2%, 20.3% 하락했고, 정유 업체 JX닛폰오일앤드에너지와 코스모석유 주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ㆍ화학 업체는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난해 3~4월 각각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원전주 회복,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부진

대지진으로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에너지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있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독일 등 일부 원전 국가가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겠다고 밝히자 '원전 르네상스'가 저물어 간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이 여파로 당시 세계 원전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때 떠오른 것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성적을 살펴보면 주식 시장에서 에너지 관련주의 움직임은 일본 원전 사고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 관련주인 한전기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원전 수주 기대로 40% 넘게 반등했고, 한전산업과 두산중공업도 상승했다. 오히려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태양광 업체 OCI가 원전 사태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이내 주저앉았다. 최근 1년 OCI는 40% 가까이 급락했다.

현대증권의 한병화 연구원은 "대체에너지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원전을 고수하는 국가들이 많고, 태양광 산업의 경우 공급 과잉이 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