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노인들을 위한 문화가 아쉬워

매년 초봄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나는 '올해 작품상은 누가 받았을까?' 궁금해하며 영화관을 찾는 습관이 있다. 몇 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은 코엔 형제가 감독한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그해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도 함께 수상한 작품이었다.

영화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의 80%가 중절모와 베레모를 쓴 노인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음악은 전혀 없었고 거친 모래바람이 화면에 자주 등장했다. 앞가르마를 한 살인마는 표정 변화도 없이 장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동전을 가지고 "앞면이 나오면 살고 뒷면이 나오면 죽는다."며 협박을 했다. 앞줄 노인들의 어깨가 움츠러들며 탄식이 흘렀다. 코맥 메카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어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 영화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제목만 보고 많은 노인이 영화를 본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매년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 그런데 노인을 위한 문화는 사회적으로 빈약하다. 이야기를 나눌 상대와 장소가 없어 지방에 사는 노인들까지 종묘 앞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다.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이 86.5％나 된다는 통계자료가 나와 있다. 주원인은 건강악화와 외로움 때문이다. 노인은 권위와 대접만을 바라지 말고 신세대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세대도 구세대가 있어 지금의 자신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주말에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무성영화 '아티스트'를 부모님과 함께 감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