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1억기부 40%가 동네부자… 그들이 있어 더 '따뜻'

서울 충무로에서 대를 이어 필동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영건(53)씨는 21살 때 남산 근처 보육원에 기름을 배달 나갔다가 초췌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배달을 마친 뒤 곧바로 재래시장에서 돼지고기 20만원어치를 사서 보육원에 다시 갔다.

그는 부친이 별세한 뒤 맏형 회사에 다녔다. 45살 때 필동 주유소를 물려받았다. 그 뒤 부인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 3명을 수술해 주고, 이달 초 개인 돈 1억원을 기부해 99번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됐다.

아너소사이어티가 100번째 회원을 맞았다. 사람 수로는 101명이다. 작년 10월 이덕우(79)·장선오(73) 주식회사 덕양 회장 부부가 각각 1억원, 1억5000만원씩 내고 한 번호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이후 새로 가입한 회원들을 설문조사해 보니, 가난하면서도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성공한 뒤에 기부에 나서는 패턴은 똑같았다. 열명 중 여섯명이 "어린 시절 남보다 어렵게 컸다"고 했다(55.8%·52명 중 29명). 다섯명 중 한명은 고졸 이하 학력이었다(17.3%·9명). 절반 이상이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재산을 일궜다"고 했다(53.8%·28명).

60대(40.4%·52명 중 21명)와 50대(25.0%·13명)가 주축을 이루고 40대(15.4%·8명)가 뒤를 받친다는 점, 평균 41.4세에 적게는 1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해 평균 58.0세에 거액을 던진 것도 앞서 가입한 사람들과 엇비슷했다.

이들이 과거 회원들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재산 규모였다. 열명 중 여섯명이 100억원 이하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57.7%·52명 중 30명). 그중 상당수가 재산이 30억원 미만이라고 했다(38.5%·20명).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큰 부자는 아닌 경우가 많았다. 앞서 가입한 사람 중에선 30억원 미만이 22.4%(49명 중 11명)에 그쳤던 것과는 달랐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양대 예종석 교수는 "한국의 기부문화가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