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액션으로 돌아왔다

"양동근은 대체재가 없는 배우다. 생김새도, 연기하는 방식도 정말이지 독특하다. 따라 할 수도 없다. 양동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따로 있다." 지난 7일 충남 아산에 있는 케이블 채널 OCN 새 드라마 '히어로' 촬영장. 이곳에서 만난 김홍선 감독은 배우 양동근(33)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양동근이 18일 9부작 드라마 '히어로'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2007년 KBS 2TV '아이 엠 샘' 출연 이후 5년 만이다. 최근까지 주로 영화('퍼펙트 게임' '그랑프리')에만 나왔던 그다. 분장실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은 그에게 "드라마 출연은 어떻게 결정했느냐"고 묻자 양동근은 씨익 웃었다. 그러곤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소속사) 사장님이 하도 설득해서 했죠, 뭐…. 근데, 찍다 보니 재미있네요."(웃음)

널리 알려진 대로 양동근은 아역 배우 출신이다. 여덟 살 때 KBS 드라마 '탑리'에 처음 출연했으니 연기 경력만 26년. '서울 뚝배기' '형' 등에서 깜찍한 연기로 사랑받았고, 2000년 출연했던 시트콤 '뉴 논스톱'에선 '구리구리 양동근' 역할로 큰 인기를 얻었다. 양동근은 그러나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진 그저 기계적으로만 연기했을 뿐, 자아도 없이 늘 텅 빈 상태였다"고 했다. "학창 시절, 사생활 그런 거 없었어요. 일만 했으니까.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중심을 잡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드라마 다 찍고 나면 늘 공허했고, 일상생활에선 어딘지 좀 바보 같았죠…."

2000년대 초반까지도 방황은 계속됐다. 그 무렵 종교(기독교)를 갖게 됐다. 양동근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고, 너무나 외로웠던 순간에 신앙이 찾아왔다"고 했다. 2008년엔 입대를 했다. "군대 다녀오고 나서 말하는 법을 배웠어요. 예전엔 대화가 아예 힘들었거든요. 내 생각을 왜 굳이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근데 이젠 기자들이 절 보고 놀라요. '원래 이렇게 말 잘했느냐'고."(웃음)

양동근은 '히어로'에서 아버지 '김훈'(손병호)에게서 주사를 맞고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주인공 '흑철'을 연기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가상 도시 '무영'에서 흑철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고, 때론 아버지와 대립한다. 양동근이 드라마를 찍기 전 몸무게를 15㎏이나 줄였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동근은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찍고 있다"고 했다. "'뉴논스톱' 이후론 일부러 진지한 연기만 했어요. 한 장면이라도 나 스스로 설득이 안 되면 안 찍었어요. 고집이 지독하게 셌죠. 군대 다녀와서 '그게 꼭 능사는 아니다'란 걸 알았죠." 예전 같으면 "그런 연기는 못 한다"고 버텼을 법한 상황에서도 이젠 "알았다. 그럼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능동적인 면모를 보인단다. 양동근은 "26년 동안 연기만 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이젠 그게 축적된 덕에 한결 편하다"고 했다.

힙합 가수로도 활동 중인 양동근은 최근 디지털 싱글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Just The Two Of Us)'도 발표했다. 음악과 연기 중 어떤 것이 더 자신과 가까우냐고 하자 그는 다시 씨익 웃었다. "연기는 남의 철학을 내 몸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죠. 그게 또 내 철학이 되고요. 노래는 그렇게 얻은 내 철학을 읊조리는 거예요. 결국 연기도 노래도, 돌고 돌며 내가 되네요. 지금 이 말 괜찮았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