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 칠레 팬엔 이미 전설이다

"미 이히토 리코(내 예쁜 아기, '내 사랑'이라는 뜻), 미 이히토 리코!"

9일(현지시각) 저녁 남미 칠레 산티아고의 공연장 테아트로 콘포리칸. 공연 두 시간 전부터 자리를 가득 메운 3000여 청중은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며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랑'을 기다렸다.

밤 9시 빨간 옷을 입은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가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은 귀를 찢는 듯한 팬들의 함성으로 터져나갈 듯했다. 한국 가수 단일팀 최초의 남미 공연인 JYJ의 콘서트가 시작됐다.

야광 머리 장식을 한 관객들은 댄스곡 '엠티'와 '삐에로',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새롭게 편곡한 '에이 걸'로 이어진 노래를 야광봉을 흔들며 따라불렀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 등 한글 구호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팬들은 공연 내내 브라질·콜롬비아·우루과이·베네수엘라·스페인·스웨덴·멕시코 등 자기 나라의 국기를 흔들며 환호해 객석은 마치 올림픽 개막식장 같았다. 결국 공연 도중 세 명이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갔을 정도로 공연장 열기는 뜨거웠다.

앞서 공연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공연장 근처 야외 주차장에선 남미 각국에서 온 팬 수백 명이 노숙하며 JYJ를 기다렸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스탠딩 티켓을 구입한 이들은 휴대전화로 JYJ의 '엠프티', 소녀시대의 '훗', 샤이니의 '루시퍼' 등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유튜브를 통해 JYJ를 알게 된 뒤 좋아하게 됐고 한국이라는 나라도 친숙해졌어요. 우리 가족 모두가 엄청난 팬이라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재빨리 예매했죠." 히메나(46)씨는 엘레나(8)등 세 딸과 함께 객석에서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굴렀다. 고교생 카멜레오 산체스(16)군에게 "다른 나라보다 남자 팬이 많다"고 하자 "JYJ는 물론 슈퍼주니어, 엠블랙 등 한국 그룹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의 우상이다. 한국에 가서 그들을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예비 간호사인 니콜 산타나(20)씨에게 "라틴 팝 스타들은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JYJ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팬들은 JYJ가 '미션' 'I.D.S'같은 댄스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자 바닥이 꺼질 듯 제자리 뜀을 했고, '찾았다' '낙엽' 같은 발라드 순서에선 일제히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물결 치듯 흔들었다. 여성 팬들은 김준수가 엉덩이를 애교스럽게 흔들자 '꺄악' 소리를 지르며 김재중·박유천에게도 '라 콜리타(엉덩이)'라고 떠나갈 듯 외쳐 따라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JYJ는 쉴 새 없이 '그라시아스(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여러분의 에너지로 너무 행복하다" "우리를 알고 응원해 주는 게 신기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저희 생일 때마다 올린 축하 동영상 다 봤어요. 앞으로 월드 투어에 칠레는 절대로 빼놓지 않겠습니다." 박유천의 말에 공연장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로 들썩였다.

JYJ가 마지막곡 '인 헤븐'에 이어 앙코르 두 곡을 더 부르는 것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팬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끼리끼리 모여 서로 눈물을 닦아줬다. 아르헨티나에서 왔다는 클라우디아 아스트라나(25)씨는 "내가 본 최고의 공연이었다. 마이클 잭슨 같은 전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볼리비아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와 노숙까지 한 게이비아나 수르쿨렌토(26)씨는 "밤새 밖에서 기다려도 힘들지 않다. 이제 우린 다음 공연을 보러 간다"며 웃었다. JYJ는 11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던 월드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공연을 취재한 칠레의 기자들은 "K팝 팬들은 현재 2만~3만명 규모지만, 한국 가수들의 음반이 정식으로 유통되면 저변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