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바람에도 중소형펀드엔 돈 몰려

올 들어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빠져나간 돈의 규모만 약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자 다시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돈을 찾는 움직임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언제라도 지수가 다시 상승하면 환매가 이어질 조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이런 가운데도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펀드들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 중소형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와 최근 새로 나온 해외펀드 등이다.

◇소형운용사 펀드 두각

12일 본지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요청해 조사한 결과, 올 들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상위 펀드에 중소형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연초 이후 가장 덩치를 크게 불린 펀드는 'NH-CA법인용액티브성장형증권투자신탁'으로 이달 들어서만 334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이어 'NH-CA아이사랑적립증권투자신탁1'과 '키움승부증권투자신탁1'이 각각 212억원, 197억원이 들어왔다.

'골드만삭스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1'과 '한국투자엄브렐러인덱스증권전환형투자신탁1'도 신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이중 한국투신운용에서 운용하는 '한국투자엄브렐러인덱스증권전환형투자신탁1'을 제외하면 운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운용사의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이는 중소형펀드가 대형펀드보다 몸집이 가벼워 요즘 같이 대외변수가 많은 시기에 대응이 빠르다는 장점도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는 "불안한 시기에는 펀드회사 브랜드를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운용 성과나 펀드회사의 스타일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커진다"고 말했다.

◇돈 빠지는 1조원대 공룡펀드

반면 1조원 이상의 공룡펀드들은 힘을 못 쓰는 추세다. 대형펀드들은 설정된 지 시간이 오래돼 투자 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따라서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환매 물량도 늘어난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자금이 유출된 펀드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이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1698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과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도 각각 1568억원, 137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이한 점은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과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이 10.7%, 15%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전에 은행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이 3년에서 5년 정도 지나면서 돈을 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펀드 신규설정펀드 주목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최근에 새로 나온 펀드들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증권투자신탁'과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증권'의 경우 각각 316억원, 22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리치플랜증권'과 '유진AIZ한중일굿초이스증권자투자신탁'도 신규 자금이 증가한 펀드로 꼽힌다. 이중 '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증권투자신탁'과 '유진AIZ한중일굿초이스증권자투자신탁'은 지난해 신규로 설정된 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