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TF에 눈돌리는 부자들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 2년간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금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매달 적립식으로 사들여 최근까지 30%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ETF는 특정 지수나 업종,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박씨는 "미국에 상장돼 있는 ETF는 국내에 상장된 금 ETF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고, 선물이 아닌 현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을 직접 사서 모으는 효과가 있어 금 투자에 딱이었다"며 "미국에 상장된 ETF는 종류도 많아 투자할 만한 다른 종목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미국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ETF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종목이 100여개로 제한적이고 일부 인기 있는 종목 외에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ETF는 1400개가 넘어 선택의 폭이 넓고, 해외 ETF 거래대금(1조2000억달러)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유동성이 풍부해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기 쉽다.

또 해마다 2~3%의 운용보수를 떼어가는 다른 해외 펀드에 비해 미국 ETF는 0.4% 내외의 운용보수와 0.5%(온라인은 0.25%) 정도의 매매수수료만 내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종합금융소득과 분리과세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미국 ETF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이후 이 회사를 통해 미국 ETF를 거래하는 대금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김영빈 우리투자증권 과장은 "미국 ETF 투자는 환 헤지가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 환차손이 일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원자재의 현물이 아닌 선물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선물을 교체하는 비용 때문에 실제 자산가격의 움직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만큼 전문가와 상담 후 거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