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어르신 대접 '자장면 아줌마'

강원도 횡성군에서 '이화루'라는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애자(51)씨는 12일 횡성군 우천면 우민관에서 400여명의 노인에게 자장면을 대접했다. 지난달 19일 서원면 복지회관에서 300여명을 대접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22일의 횡성읍 700여명까지 올해 자장면 잔치가 죽 계획돼 있다. 잔치 때는 주방장이자 남편인 이호학(58)씨와 아들(29)도 같이 나가고, 지역 새마을부녀회 등도 도와준다.

박씨의 자장면 봉사는 올해로 10년째다. 2003년 이후 매년 3월 횡성군 9개 읍·면을 찾아가 3000여명의 노인들에게 직접 뽑은 자장면과 떡·편육·과일·술 등을 대접해왔다.

박씨는 강원도 출신이 아니다. 2000년 대구에서 올라와 2001년 중국집을 열었다. 자장면 봉사를 시작한 건 아버지 유언 때문이다. 아버지는 평생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했고, 숨을 거두기 전에는 "베풀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버지에 이어 6개월 시한부 간암 판정을 받은 박씨의 어머니도 "아버지 소원 언제 들어줄래"라고 재촉하자 박씨는 바로 봉사를 시작했다. 어버이날인 2003년 5월 8일 가게 옆 공터에 노인 200명을 모셔놓고 박씨와 어머니는 함께 자장면을 처음 대접했다. 당시 반응은 "소고기국은 집에서도 먹지만 자장면은 참 먹기 힘들었는데…"였다.

박씨는 "어머니는 동네분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고, 그 덕인지 2년6개월을 더 사셨다"고 회상했다.

작년 횡성군민대상과 강원도 선행도민대상을 수상한 박씨는 "봉사에 한 해 1000만원쯤 들어가는데 고기값이 올라 작년과 올해는 편육을 대접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그는 "1~2년만 해보려 했는데 '고맙다'며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 때문에 평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