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고전하는 한국 바둑, 이 달 대반전 노린다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중국과 '바둑 천하'를 양분(兩分) 중인 한국이 최근의 열세 탈피에 나선다. 14일부터 이달 말까지 약 3주간 잇달아 벌어질 국제대회가 그 무대. 14일 베이징서 시작되는 바이링(百靈)배 본선을 신호탄으로 15일부터 서울서 비씨카드배 2회전이, 23일부터는 다시 베이징에서 초상부동산배가 열린다. 27일엔 바통을 장쑤(江蘇)성 타이저우(泰州)시로 넘겨 춘란배가 개막되는 등 사상 초유의 국제전 러시다.

'한·중 바둑대전'의 올해 초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 LG배 결승서 장웨이지에(江維杰)가 이창호를 2대0으로 꺾었고, 농심배서도 중국이 최종 라운드 3승1패로 앞서며 역전 우승했다. 여자 단체전인 황룡사 쌍등배(중국 3연승 중)를 합하면 올해 대표급 맞대결 성적은 중국이 8승1패로 독주 중이다. 2011년 국제대회 개인전 결승서 5대2로 압승했던 한국의 기세가 잠시 주춤한 상태다.

중간층 전적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열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3월 초 열렸던 제4회 비씨카드배 초반(통합예선 및 본선 1회전) 양국 맞대결서도 중국이 73승35패로 우세했다. 12일 끝난 바이링배 통합예선서는 한국이 68승60패로 약간 앞섰지만 원정팀이 훨씬 정예군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패다. 올해 양국 간 공식전 총전적은 12일 현재 중국이 141승104패로 리드 중이다.

◇제1회 바이링배 본선

14일 64강 토너먼트부터 본격 경쟁이 시작된다. 본선에 직행한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조한승, 예선을 거친 박영훈 이영구 박정상 목진석 백홍석의 어깨가 무겁다. 예선서 강동윤 원성진 김지석 등이 탈락했기 때문.

중국은 구리(古力) 쿵제(孔杰) 장웨이지에 등의 기존 강자들 외에 어린 기사들의 기세가 훨씬 더 매섭다. 양딩신(楊鼎新·14) 판팅위(范廷鈺·16) 미위팅(16) 등이 파죽지세로 쳐올라왔다. 안국현(20) 변상일(15) 아마추어 김민호(17) 등 한국 신예들이 이들과 어떻게 맞설지 주목된다. 한국 16명, 중국 43명이 자리할 본선 대진표는 13일 추첨으로 결정된다.

◇제4회 비씨카드배 2회전

15~19일 사이 벌어질 본선 2회전(32강전) 16판 중 11판이 한·중전이다. 이창호는 박정환을 꺾고 올라온 16세 소년 미위팅을, 이세돌은 18세 탕이페이(堂毅飛)를 각각 맡아 17일 등판할 예정. 이세돌은 이 대회 3연패(連覇)를, 이창호는 7년 만의 메이저 우승을 겨냥 중이다.

김지석 대 박문요(朴文堯), 허영호 대 천야오예(陳耀燁)전은 18일 벌어진다. 최근 LG배를 품에 안은 장웨이지에는 한국 17세 유망주 나현과 19일, '돌풍의 중년'김승준(39)은 셰허(謝赫)와 20일 만나게 된다.

◇제2회 초상부동산배

5명으로 구성된 한·중 대표팀이 1대1 팀 대결을 두 번 치러 종합 전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단체전이다. 23일과 25일 1, 2회전이 거행된다. 작년 대회서 한국이 4승6패로 패했다. 올해 농심배까지 내준 한국이 단체전 연패 치욕을 갚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대표는 랭킹시드 최철한 박정환 원성진, 선발전을 통과자 조한승 김지석 이지현으로 구성됐다. 이세돌은 출전을 고사해 빠졌다. 중국 팀은 박문요, 천야오예, 스위에(時越) 펑리야오(彭立嶢) 판팅위 쿵제 등 어린 선수 주축으로 진용을 짰다.

◇제9회 춘란배

2년제 대회로 우승상금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가 걸렸으며 24강 본선 토너로 진행된다. 한국이 5회, 중국 2회, 일본은 1회 우승했다. 한국은 전기 우승자 이세돌을 선봉으로 박정환 최철한 원성진(이상 랭킹시드) 강동윤 김지석 등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잉씨배(5월 타이베이서 개막) 국내 예선까지 통과함으로써 전 국제 기전 한국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지석의 활약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년도 2·3위인 셰허와 구링이(古靈益) 등 총 10명이 인해전술을 펼칠 중국과 도처에서 정면 격돌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