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35% '길거리 금연조례' 열풍… 흡연자, 단속요원 뜨니 뒷골목 헤매네

1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 '금연구역 지킴이'라고 적힌 파란색 상의 차림의 여성 세 명이 길쭉한 직사각형(약 2만㎡) 모양의 광장을 오가며 행인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들은 광장 내 흡연자들을 찾고 있었다. 올 1월부터 금연 계도(啓導) 요원으로 활동 중인 박명숙(62)씨는 "광화문광장이 작년 6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많을 때는 하루 10명이 넘는 행인들이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면서 "요즘은 (금연구역 홍보가 돼서인지) 하루 한두 명 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오전에 두 명만 적발됐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광화문광장·청계광장·서울광장 등 서울시내 3개 광장에서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324명이 담배를 피우다 걸려 과태료 10만원씩을 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과 12월 각각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시내 21곳 공원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295곳에서도 하루 평균 한두 명꼴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명에 이어 올해는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18명을 더 채용해 24명이 흡연행위 단속을 벌이고 있다.

금연구역 내 흡연은 줄었지만 광장이나 공원 경계선을 넘어서면 길거리 흡연이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원 박모(28)씨는 "청계광장 등지에서 담배를 피우다 이제는 단속원을 피해 광장 근처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담배를 피운다"면서 "광장 흡연을 단속한 이후부터 골목길 흡연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금연계도요원인 박명숙씨도 "얼마 전부터는 (광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건물 앞 화단 등지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을 필두로 한 지자체들의 '길거리 금연'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 2월 현재 전국 244개 지자체 중 85곳(34.8%)이 길거리 금연조례를 제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광역자치단체는 전체 16곳 중 서울·부산 등 10곳이, 기초자치단체는 전체 228곳 중 75곳이 작년 9~12월 금연 조례를 제정했다.

울산시의 경우 공원이나 주요 도로 버스정류장 등 106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단속을 시작했고, 부산시는 흡연단속 요원 10명을 채용해 해수욕장 등 관광지 위주로 순찰을 하며 올 6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길거리 금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 대부분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할 것으로 보여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