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익숙한 초능력 이야기, 꽤 신선한 화면 기법

주정뱅이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고, 투병 중인 어머니는 돈이 없어 약도 못 먹는다. 학교에선 힘깨나 쓰는 애들에게 밉보여 따돌림을 당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10대라면 초능력으로 현실을 바꾸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 그럴듯한 가정은 만 스물여덟 조시 트랭크 감독의 '크로니클'에서 현실감 있는 허구를 만드는 배경이 된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앤드루(데인 드한)와 맷(알렉스 러셀), 스티브(마이클 B 조던)는 어느 날 땅굴에서 미지(未知)의 물체를 접한다. 이로 인해 초능력이 생긴 소년들은 물건을 움직이는 장난을 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예상못한 피해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 내몰린 앤드루가 초능력을 과하게 쓰면서 도시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초능력은 이미 영화에서 '낡은'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캠코더를 비롯해 휴대전화, CCTV 등 다양한 영상 매체를 활용해 화면을 이어가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은 크로니클을 신선한 초능력자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화면이 흔들리거나 잡음이 섞일 때는 마치 영화가 아니라 미 연방수사국(FBI)이 감춰놓은 사건파일을 엿보는 느낌도 든다.

크로니클은 미 극장가의 최대 비수기라는 수퍼볼(미 프로풋볼리그 결승전·2월 5일) 시즌에 개봉해 첫주 주말에만 2200만달러(약 24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영화는 휴대전화부터 각종 CCTV까지 수많은 카메라가 배우도 아닌 우리의 일상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엑스맨 시리즈'가 보여줬던 소수자들에 대한 철학은 기대하기 어렵다. 분노에 차서 세상을 부수려는 초능력자와 그를 막는 초능력자가 대결하는 구도도 너무 익숙하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공립학교라서 등록금을 안 내!"(술 취한 아버지가 "등록금이 아깝다"며 자신을 때리자, 앤드루가 대들면서 하는 말)

#장면 초능력으로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장면. 구름 속 추위를 고려한 듯한 의상이 묘하게 현실적이다.

#이런 분들 보세요 초능력자를 다룬 영화에서 현실감 있는 화면을 보고 싶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