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오후, 커피 한 잔에 소설책 한 권 어떠세요?

바야흐로 북카페 전성시대다. 서울시 자치구를 비롯,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투어 북카페를 만들고 있고,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에도 서경 북카페가 생겼다. 북카페 집적지로 통하는 홍대 거리에는 한 집 건너 북카페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북카페가 수북하다.

그리다 꿈, 작업실,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오타 치는 코끼리 등은 책과 커피 향을 함께 즐기려는 '호모 부커스'들 동굴이다.

홍대뿐 아니라 대학로, 정동길, 가로수길, 인사동, 삼청동, 명동, 압구정동, 동선동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북카페가 둥지를 틀었다. 검색엔진에서 '북카페'를 찾으면 서울에만 북카페가 331곳이나 있는 것으로 나온다.

북카페 원조격인 삼청동 진선북카페(1997년 개장)나 북카페 전성시대 불쏘시개 역할을 한 서교동 토끼의 지혜는 이미 원로 대열에 들어갔다. 토끼의 지혜는 이제 역삼동에 3호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연세대 후문 근처 프린스턴스퀘어, 삼청동 내서재, 대학로 타센, 디자인 서적이 가득한 서교동 정글, 극동방송 옆 그림책 상상도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북카페 성지(聖地)다.

최근 북카페 업계에서 두드러진 점은 출판사 직영 카페가 하나 둘 생긴다는 것이다. 지하철 합정역 부근 후마니타스 책다방은 출판사 후마니타스와 붙어 있다. 인문과학 서적이 가득한 서원(書院)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보다는 책에 방점을 찍은 곳이며, 저자와 독자가 일상에서 만나는 공간을 꿈꾼다. (070)4010-7737

후마니타스 바로 가까이에 출판사 자음과모음 북카페도 문을 열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벽면을 빽빽하게 메운 인문·사회·과학 책을 넘겨볼 수 있다. (02)324-2347

출판사 문학동네가 지난해 연 카페꼼마는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1층과 2층을 과감하게 터 세운 15단 책장이 눈길을 끈다. 유통 과정에서 약간 문제가 있어 반품한 새 책을 싸게 판다. 1만3000원짜리 존 치버 단편 선집 '그게 누구였는지 말해봐'를 6500원에 살 수 있다. 3층은 이탈리아 식당. (02)323-8555

창작과비평사가 서교동교회 부근에 만든 인문까페 창비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다양하게 진열했고, 북콘서트와 낭독회·강연회가 자주 열리는 '공연장' 분위기를 띠고 있다. (02)322-8626

문학과지성사는 산울림소극장 인근 모퉁이에 문지문화원 '사이' 안에 KAMA를 차렸다. 예술 자료를 저장하는 사무실과 붙어 있는데, 커피는 싸지만, 공간은 좁은 편. (02)323-4207

판매 수익금 전액을 국제아동구호사업에 쓰는 유익한 공간은 양옥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강남역 CGV 옆 언덕길에 있다. (070)8256-0744

북카페는 알고 보면 바로 옆에 있다. 용산구청 청사 안 10층에 북카페 청마루가 있고, 중구 롯데호텔 14층에는 북카페 살롱 드 떼가 숨어 있다. 명동역에서 남산 숭의여대로 올라가는 골목길에 블리스앤블레스가 조용히 책벌레들을 기다린다. 사실 북카페가 별 건가, 책 들고 카페 가면 바로 그곳이 북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