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14 03:07

['팝스토어' 만든 심성영 링크포스 대표]
대형 편의점서 10년 일하다가 35%의 로열티가 부담스러워 개인 편의점 냈지만 실패 경험
포스시스템 개발해 무료 제공, 가맹점비·월 회비도 안받아
가맹점 130개… 구매력 높여

개인 편의점을 위한 공동 브랜드 ‘팝스토어’를 만든 심성영 링크포스 대표가 편의점 포스기기의 바코드 장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세계적으로 유명한 '썬키스트'도 미국 캘리포니아 농민들이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예요. '팝스토어'도 영세한 편의점주들이 함께 하는 공동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심성영(42) 링크포스 대표는 개인 편의점을 위한 공동 브랜드 '팝스토어'를 만든 주인공. 가맹점비는 물론 월 회비도 안 받는다. 단 하나. 같은 '포스(POS·Point Of Sales)시스템'을 쓰기만 하면 된다. 포스시스템은 편의점의 컴퓨터에 깔린 매장 관리 소프트웨어다. 계산부터 재고 관리·물품 주문 등이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편의점은 심 대표에게 낯설지 않은 분야였다. 선천성 안면장애 때문에 20대 초반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 월급 받는 부점장·점장까지 올랐다. 심 대표는 "유통업은 고객에게 얼굴을 보여야 하기에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지만 열심히 일하니까 회사에서도 차츰 인정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10년을 일했다. 개인 편의점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매출 이익의 35%나 되는 로열티가 부담스러웠어요. 나름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대기업 힘을 안 빌려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목 좋다는 옛 종로서적 부근에 편의점을 냈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 혼자 주문하다 보니 물품 공급가격이 부쩍 오른 데다 학생들은 "버스카드 충전 안 돼요?" "포인트 할인 안 돼요?"하며 발길을 돌렸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자체 포스시스템을 통해 수천여개의 가맹점에 물품을 싸게 공급하고, 버스카드 충전이나 포인트 할인 같은 다양한 서비스도 지원한다. "개인 편의점이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열악한 포스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어요."

개인 편의점을 위한 포스시스템을 수소문했지만 영세 상인을 위한 것은 없었다. 결국 심 대표가 2004년 '링크포스'란 회사를 차렸다. 개발자를 뽑아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포스기기도 들여왔다. 하지만 편의점주들은 낯선 서비스와 비싼 기기를 외면했다. 담보로 잡은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남 잘 때 일해 가며 모은 돈 3억원을 꼼짝없이 날렸다.

2008년 국세청이 현금영수증 발급금액 제한을 낮추면서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영수증을 발급할 때마다 지급받는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고, 무료로 포스기기를 제공했더니 사용자가 130여명으로 늘었다.

심 대표가 가장 먼저 매달린 것은 버스카드 충전. 매장이 적어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고 난색을 표하는 카드사를 설득해 가까스로 계약을 맺었다. 포스기기에 광고도 하나 둘 유치했다. 다른 업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링크포스 제휴사인 HP한국스마트카드가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겠다며 나섰다.

심 대표는 작년 12월 '팝스토어'란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가맹비·월 회비는 물론 어떤 품목을 얼마의 가격에 팔라는 제한도 없다. 심 대표는 "개인 편의점이 공동 브랜드 아래서 포스시스템을 통해 대기업 같은 구매력과 브랜드 파워를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팝스토어가 생겨난 지 3개월 만에 130여 개인 편의점이 모였다. "영세한 개인 편의점 업주들이 대형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모델을 확실하게 구축해 성공시킬 겁니다."

☞포스(POS)시스템

'Point Of Sales'의 준말로 금전등록기와 컴퓨터 단말기의 기능을 결합한 시스템. 이 시스템을 통해 계산부터 재고 관리,물품 주문, 포인트 적립·할인 등 매장의 모든 관리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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