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단성사, 부도난 후 '흉가'처럼 처량한 신세

105년 역사를 지닌 한국 최초 본격 상설영화관 단성사(團成社)는 어디로 갈까. 지하철 종로3가역 앞에 있는 9층짜리 단성사 건물이 공사가 중단되면서 폐가(廢家)처럼 변했다.

1층은 공사를 하다 만 탓인지 천장이 여기저기 뜯긴 채 부서진 건물 자재가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고, 다른 층은 텅 빈 채 내부 마무리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단성사 영화관이 부도가 나면서 이를 인수한 ㈜아산엠단성사는 이곳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귀금속 특정개발진흥지구를 유치하기로 했다.

2009년 6월 기존 상영관을 뜯어내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으며, 2010년 12월 서울시와 귀금속 앵커시설(거점지원시설) 계약도 맺었다.

그런데 당시부터 서울시는 "단성사 건물을 둘러싸고 얽힌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라"고 요구했고, 아산엠 측이 이를 풀지 못하자 지난달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시 경제진흥실은 14일 "앵커시설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며 "귀금속 지구 자체도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 해지로 단성사 건물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가 경매에 붙여질 처지다. 결국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당분간 처량한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아산엠 측은 "서울시만 믿고 100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서울시가 이곳에 입주하면서 우리에게 약속한 임대보증금(152억원)을 주면 경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성사는 1907년 '연예단성사'라는 극장으로 출발했다. 1917년 일본인에게 팔렸다가 다시 한국인에게 돌아오는 등 곡절을 거치면서 한국 영화의 메카가 됐다.

한국 최초 영화 '의리적 구토', 나운규의 '아리랑' 등이 단성사 스크린을 거쳤고, 한국 영화 전성기를 구가한 '겨울여자',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도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복합영화관 바람이 불면서 타격을 받았다. 2001년 9월 단성사 건물을 헐어냈고, 신축 공사를 통해 2005년 9층짜리 멀티플렉스 단성사가 다시 들어섰다. 그러나 계속 경영난에 허덕이던 단성사는 2008년 9월 부도가 나면서 운영 주체가 지금의 아산엠단성사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