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바닥에서 부활… 록 음악 원없이 할래"

딱 달라붙는 검은 스키니 진, 군데군데 흰머리가 섞인 긴 머리, 거칠게 자란 턱수염과 갈라지며 쉰 듯하면서도 명확한 목소리….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야인(野人)'인 로커 박완규(39)는 "한 번 인생의 바닥 끝을 봤다. 부활해 세상의 빛에 나온 지금 그동안 못 해봤던 록음악을 실컷 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9년 1집 앨범 '천년의 사랑'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소속사와의 갈등 등으로 무대에서 사라졌던 로커 박완규가 최근 MBC '나는 가수다' 출연을 계기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섰다. 5일엔 새 싱글 앨범 '수호'도 냈다. 12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수호'는 어떤 노래인가.

"대중에게 잊히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시간 동안 내 곁에 (부활 리더인) 김태원 형이 있었다. 또 태원 형이 힘들 때는 내가 그의 곁을 지켰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노래다."

―1999년 '천년의 사랑'으로 큰 인기를 얻고서도 후속 활동이 없었다.

"97년 부활의 보컬로 데뷔해 99년 솔로로 독립했다. '천년의 사랑'이 큰 인기를 끌었다지만 정작 난 그 곡이 히트한 줄 몰랐다. 당시 소속사가 정보를 차단해 알 수가 없었다. 한 달에 월급 100만원을 받고 살았다. 결국 2002년 그 회사와 결별했다. 하지만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몰랐고, 생계를 위해 미사리 카페촌을 전전해야 했다."

―노래를 그만둘 생각도 했나.

"미사리 카페에서 한 달 내내 노래하고 행사를 뛰어도 경비를 빼면 한 달 수입은 80만~100만원이 전부였다. 즐겁지 않은 상태에서 목을 혹사하니 결국 2010년 12월 문제가 생겼다. 목에 상처가 났고 그 자리에 염증이 생겼다. 목소리가 안 나와 노래를 포기하고 보컬 트레이너 자리를 알아봤지만 다들 '모실 형편이 안 된다'며 거절하더라."

―한때 예능 프로에 출연한 로커 선배들을 비판한 게 화제가 됐다.

"저 형들은 나보다 음반도 많이 팔고 돈도 벌었을 텐데 왜 저러지 그런 생각을 했다. 음악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치자고 했던 사람들이 예능에 나와 동물 옷을 입고 말장난을 하는 게 짜증이 나고 배신감이 들더라."

―그래서 '독설가에 고집불통, 거만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 아닐까.

"스스로 약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난 강해' '여기서 기죽지 않을 거야'라는 성곽을 쌓은 것 같다. 활동도 못 하고 돈도 못 버는 가장인데 높은 자존감을 보이는 모습이라도 있어야 견딜 수 있었다."

―어떻게 재기할 수 있었나.

"노래를 그만둔 지 3일 만에 태원이 형이 프로젝트 앨범 '비밀'을 같이하자고 연락을 했다. 그때 난 목소리가 안 나왔지만 욕먹으면서 작업을 했고, 병원도 다니며 목소리를 찾았다. 예능 출연에 대해서는 계속 부정적이었는데 '내가 하는 음악을 알리기 위해 예능을 한다'는 태원 형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가수다'도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록을 더 알리려는 선배들 모습을 보고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출연했다."

―"음악적으로 예전의 그 박완규가 아니다"고 평가절하하는 평론가도 있더라.

"그렇게 평가하시는 분들은 음악을 더 많이 들으셔야 될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높게 쏘는 톤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요즘은 중저음을 많이 쓰는 넉넉해진 음색으로 다가가려 한다. 요즘 내 노래를 한 번 따라 해봐라. 이전 노래보다 더 힘들 거다."

―최근 탈북자 북송 반대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6년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한 적 있다. 그때 이후로 탈북문제에 관심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억울하게 사람이 죽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이제까지 직설적인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은유적인 아픔을 내보이며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지금 내 목은 90% 정도 회복된 상태다. 4월부터는 전국 투어 콘서트도 한다. 인생의 파도는 언제나 존재한다. 노래로 많은 사람을 도우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