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주스·와인·과일, 관세 즉시 철폐… 가격인하 효과 가장 클 듯

15일 한미 FTA 발효로 체감 가격이 가장 크게 내린 것은 식·음료다. 와인과 포도주스의 15%, 45% 관세가 즉시 철폐돼 수입업체들과 대형마트들은 이미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그 외 미국산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이미 수입돼 있는 물량을 소진해야 소비자가격에 관세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후 맞이하게 될 '한미 FTA 특수'를 위해 견과류와 쇠고기 일부 가격을 30% 이상 할인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의류·가방·운동화도 8~13%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제품. 대부분이 중국·베트남에서 생산되지만 일부 프리미엄 라인들은 미국 제조라 수입·판매업체들은 가격 조정에 비상이 걸렸다. 색조화장품도 3년 내 8%의 관세가 완전히 없어져 국내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와인·주스·과일 관세철폐 효과 클 듯

당장 지금부터 FTA 효과를 볼 수 있는 품목은 미국산 와인이다. 15%의 관세가 즉시 없어진 데다 국내 주요 와인 수입업체들이 발효 직후 미국산 와인가격을 평균 10% 내렸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2만3000원에 팔리는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은 2만원에, 16만원이었던 '맥머레이 랜치 피노누아'는 14만원에 살 수 있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지만 저렴해진 가격을 무기로 국내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한·EU FTA 발효 이후 유럽산 와인 매출은 10~15% 올랐다.

포도주스·오렌지주스도 각각 45%, 54%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커피 역시 관세인하 폭이 8%로 비교적 작지만 즉시 철폐되는 품목이다. 2만8990원이었던 트로피카나 오렌지주스(2.84L·2병)는 1만8825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체리·건포도·아몬드도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품목이다. 체리는 200g에 9900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관세 인하분을 반영하면 가격이 약 80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 대형마트들은 "현재 수입한 재고량을 소진하는 대로 관세가 없어진 품목을 중심으로 새 물량을 대거 도입해 가격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자와 대두도 일정 수입물량 한도에서는 각각 304%, 487%의 관세가 즉시 없어지는 품목이라 향후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운동화도 가격 내린다

의류와 가방, 운동화 역시 관세가 즉시 없어지지만 국내 들어와 있는 미국 브랜드는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에서 제조돼 관세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바나나리퍼블릭, DKNY와 같은 고가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로빈스진 슈퍼스키니라인'(47만8000원) 등 미국에서 제조되는 명품청바지들은 관세가 13% 인하돼 소비자가격도 내려간다. 뉴밸런스 운동화 중 스티브 잡스가 신어 유명한 993모델(23만9000원)도 미국에서 제조되는 제품이라 올 하반기부터 가격이 조정된다.

◇'배짱 장사'로 관세 인하분 반영 안 될 수도

국내 수입화장품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미국산이다. 기초화장품은 10년 내 8% 관세가 없어지지만, 색조화장품은 3년 내 관세가 완전히 없어져 맥·바비브라운·베네피트 등 인기브랜드의 색조라인의 가격이 3년 후 모두 내려간다. 현재 바비브라운의 인기상품인 쉬머브릭 컴팩트는 6만8000원, 맥의 아이섀도는 2만4000원이지만 3년 후에는 가격이 내려간다. 물론 미국 본사의 가격정책이나 원자재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 후 유럽산 화장품과 명품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렸다.

국내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산 맥주도 7년 이내 30%의 관세가 없어진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아직 대형마트들에서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냉동삼겹살은 2014년에 관세가 완전히 없어져 식당에서는 더 싼값에 접할 수 있게 된다.